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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Aug 27. 2021

Smell

부패한 냄새(2016. 6. 7)

여의도 한강둔치를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원효대교 아래에서 반갑지 않은 냄새를 맡게 된다. 아마도 쓰레기를 적재해 놓은 곳인 듯한데, 높은 담벼락 너머에서 익숙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높은 온도, 습도, 땡볕. 음식을 잠시만 방치해도 부패해지기 쉬운 여름이 왔으니 그 고약한 냄새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짐작이 될 것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힘겹게 자전거를 타다 보면 한강 다리 밑의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반가운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잠시 방심한 틈에 느닷없이 코를 자극하는 쓰레기 냄새는 "웁스!!!" 하는 비명이 절로 나오게 한다. 서둘러 마스크를 올리고 자리를 피하게 만든다.


쓰레기가 쌓이면 냄새가 난다. 그 구성물이 어떤 것이건 대개 비슷한 냄새가 난다. 다양한 향취를 구분하는 예민한 후각을 가진 이라도 쓰레기 냄새를 분류하고 즐기는 이들은 없다. 그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취일 뿐이다. 물질이 부패했을 때 나는 냄새가 고약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 고약한 냄새 이상으로 인체에 해로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끔찍한 냄새로 더 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쓰레기는 부패한다. 그리고 냄새를 풍긴다.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것부터 엄격한 정부의 규제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산업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패한 것은 냄새가 난다. 보이지 않는데 냄새가 나는 이유는 적치된 쓰레기 더미와 마찬가지로 서둘러 피하라는 신호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사람이 없듯이 우리가 피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염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쓰레기이건, 보이지 않는 부패한 인간관계건 다르지 않다. 한여름의 다리 밑이 제아무리 시원해도 원효대교 아래와 같이 쓰레기 적치장과 함께라면 곤란하다. 제아무리 흡족한 조건의 자리라 해도 부패해서 이미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 모인 곳이라면 당신의 후각을 믿고 피하는 것이 순리다. 부패의 냄새는, 썩어빠진 냄새는 결코 감춰지지 않는다. 화장실 변기 위에서 삶은 계란을 까먹는 일은 군대에서도 사라졌음을 명심해야 한다. 냄새가 나면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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