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 생활도 이랬을까 - 동기 엠티에서의 몰래카메라, 그리고,
남아 있던 우리는 그들이 나가는 문을 닫기 전까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이 한 10초, 문을 닿고 나서 한 10초 후, 누군가가 '와' 하는 순간부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문득 그들에게 들릴까 숨을 죽였다. 우리는 "SC면 이건 확실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설렘이 우리에게도 닿는 듯이 함께 흥분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속칭 SC는 우리만의 은어로, S(산)C(책)의 줄임말이다. 엠티에서 둘이 산책을 나가면, 사귈 확률이 높거나 이미 사귀고 있는 커플이라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그들을 기다리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다들 술을 깨기 위해 바람을 쐬러 나왔다. 들어올 때는 노을이 지던 하늘은 어느덧 별들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우리는 하나의 그림을 만들러 나간 그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존 커플이었던 그들도 SC를 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러던 중, 감수성이 풍부해졌던 우리의 분위기를 바꾼 한마디가 나왔다. "00하자" 우리의 텐션은 그 한마디에 바뀌기 시작했다.
"몰카 하자" 이 한마디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산책을 나간 두 연인 중에 어느 쪽을 놀릴까 하다가, 기존 커플인 쪽을 놀리는 게 도리에 맞다는 생각이 들어, 그 커플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기획하게 되었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구상하고, 역할을 정하는 게 마무리될 때쯤, 다행히도 그 커플이 SC간 연인들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는 급하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밝은 분위기로 술을 먹는 척을 했다. 그 둘은 자연스럽게 우리 무리에 끼어서 술을 함께 마시기 시작했고, 우리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함께 즐기는 척했다.
그리고 한 형의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몰래카메라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진부한 치정극의 시작을 알렸다. 형은 사실 고백할 게 있다며, 다른 동기 여자애를 밖으로 불렀다. 그러자 그 여자 동기는 어리둥절해하며, 머뭇거리더니 그 형의 뒤를 따라 나갔다. 우리 동기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며, 저 형 취한 거 아니냐며, 우리 또한 어리둥절해했다.
그러자 다른 동기 남자애 한 명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여기서 우리는 한번 더 어리둥절해한다. 제일 당혹스러운 건 그 커플이었을 것이다. 커플 중 남자 동기가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당황스러움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윽고 밖에서 여자애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우리는 밖으로 나갈 기세를 보이지만 가만히 있었고, 실제로 문을 여는 건 그 커플이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여자 동기는 "난 둘 다 싫다며, 이러지 말라고" 한 번 더 소리친다. 그리고 숙소 안으로 달려 들어와, 방으로 가 문을 닫았다. 우리는 그 커플에게 빨리 방에 가서 여자 애를 달래라며 보냈고, 밖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안에서는 우는 척 연기하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밖에서 우리도 격양된 목소리로 썰전을 하는 듯이 연기했다.
그리고, 형이 방문을 두드리며, '그만하자'는 이야기로 몰래카메라의 마지막임을 알렸다. 여자애는 그 말을 듣고, 방문을 쌔게 열었다. 뒤에서 말리는 커플의 모습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외쳤다. '몰래카메라'라고.
우리의 몰래카메라는 정말 성공적이었다. 커플들은 계속 어안이 벙벙해했고, 우리는 너무 즐거웠다. 커플들은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장난스럽게 우리를 나무랐고, 결국 상황이 웃겼는지 그들도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난 몰래카메라의 흥겨움에 또, 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즐겁게 먹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SC간 연인들이 아직 돌아오질 않았다. 이제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밖의 상황은 가로등도 적고, 인적도 도로에는 드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방해해서는 안되지만,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전화로 연락을 했다.
수 통의 전화 끝에 다행히도, 연락이 닿았고, 목소리가 밝은 것으로 보아, 끝도 좋은 듯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걱정에서 그들을 놀리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분위기가 전환되어 진행을 하려다가, 방금 몰래카메라의 주도자였던 형이 그 친구들의 분위기를 깨지는 말자고 했다. 조금 더 생각해보던 우리는 모두 수긍했고, 그들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들이 돌아왔다. 그것도 손을 잡고 당당히 말이다. 오늘은 비명의 연속인 날인가 보다. 들어오자마자, 다들 그 손을 보고, 또 5초간 정적, 그리고 비명이 터졌다. 새로운 씨씨가 탄생되었다는 거에 축하를 보냈고, 손을 잡고 바로 등장하는 그 당당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씨씨가 탄생했고, 우리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던 동기 엠티가 끝이 났다. 우리는 4월의 마지막을 함께 맞이 했고, 누군가는 마지막 벚꽃을 함께 볼 사람을 마주했으며, 누군가는 아직도 마음속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하루 분량의 이야기 중에 가장 긴 글이다. 그만큼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했고, 즐거웠다. 그렇기에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남아있는 여행이다. 동기 엠티를 가면서 동기들끼리 몰랐던 이야기도 하고, 더 정이 깊어졌기에 아직까지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것 같다.
우리는 동기 엠티 이후에 남자 동기 엠티, 여자 동기 엠티도 한 차례씩 다녀왔었다. 요새는 동기 엠티를 소수끼리만 가는 듯 보인다. 그냥 친구끼리 여행 가는 것 마냥. 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동기끼리 여행을 가면서 몰랐던 동기의 새로운 면도 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계기가 동기들끼리 연락을 잘 안 하는 세태에서 지금 나의 동기들처럼 계속 연락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