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해찰 퇴직자의 세계 여행
투명하니 맑다가
남색으로 짙어진 바이칼에는
곳곳에 브랴트 족의 기도가
색색의 비단에 묶여 나부낀다.
거대한 삽으로 깎은 듯 호수를 두른 산맥은
가을 하늘의 허공보다 더 가파르고
호수는 깊이를 흔들 수 없어
찻잔처럼 잔잔하다.
수많은 산이 담지 못한 물을 갈래갈래 모아
바이칼은 잉크 빛 물살을 한 갈래로 흘려보내
이르쿠츠크에서 앙가라 강을 바라보면
서 있는 영혼까지 거대한 물살에 빨려든다.
태풍이 질서정연하게 강이 되어 흐른다면
그건 올혼 섬에서 보내는 물살이다.
군용 수송차량 우아즈는
올혼 북섬의 비탈길에서 콩 볶듯 튀며 달린다.
파이고 굽은 길을 지나 호보이 곶에 이르면
송곳니 바위, 사랑의 바위가 쪽빛 호수 위에
사랑처럼 위태로움 모르고 서 있다.
잉크빛 호수는 하늘을 빨아들이고
그 깊이가 발 시리게 기운을 내뿜는다.
아직 그 깊이를 모르는 관광객은
바이칼에서 잡은 오물에
감자를 넣은 죽 같은 브랴트 음식을
허기진 배로도 쉽게 탐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