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별 Aug 13. 2024

집 앞 맥도날드가 없어졌다.

그리움의 대상은


얼마 전 집 앞의 맥도날드가 영업을 종료했다.

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2층짜리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바로 옆에서 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창시절부터 살던 동네였기에 오며가며 늘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렇다고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었던 것은 아니었다.

근처로 이사온 다음부터 가까이에 맥도날드 매장이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화창한 주말,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슬리퍼를 끌고 나가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과 드립커피를 사먹는 순간이 참 행복했다.

솔직히 말하면 매장 내부가 그리 깨끗하지도 않았고, 늘 붐비는 탓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줄 서서 주문하기를 해야했기에 유쾌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가을이 되면 가게 앞의 노란 은행나무의 빛깔과 맥도날드 M의 노란색이 비슷해 괜시리 귀여워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이른 아침 출근하러 집을 나설 때 매장 통유리 너머로 맥모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던 기억도 있다. 늘 같은, 평범한 일상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나보다.


한 날,

여느 때처럼 커피를 사러 갔다가 매장 출입문에 붙어있는 영업 종료 문구를 보았다.

워낙 장사가 잘 되던 곳이였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영업종료가 되는 시점까지 약 1주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날마다 이제 내일 모레면 없어지겠네, 내일이면 없어지겠네, 하면서 마음을 졸였다. 그렇다고 매일 가서 뭔가를 사먹은 것은 또 아니다. 그럼에도 맥도날드가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게(?) 조금 슬펐던 것 같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것도,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울적했을까?


마침내 영업이 종료되고, 부리나케 내부 철거가 이루어졌다. 바깥에는 바리케이드같은 것들이 세워졌다.

사실 그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건물이 철거 되지는 않았다. 2층짜리 건물은 그대로지만, 내부는 텅 비워졌다. 왠지 그게 더 허전하고 이상했다. 아예 건물이 사라졌다면, 그럼 이제 여기는 어떤 건물이 들어올까? 맛있는 음식점이나 예쁜 카페가 들어오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아쉬운 마음이 금새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늘 보던 건물은 덩그러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더 이상 맥도날드가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 그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괜히 더 마음이 이상한거다.



아마 그리움이란 게 그런 것 같다.

특별한 일 없이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 가만히 혼자가 될 때면

이미 그 속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있는 것처럼 그리워하고, 아쉬워한다.

영업 종료 문구를 다시 읽어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처럼,

이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함께.



이제는 맥도날드 건물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떠올릴 수 없게, 새로운 기대감으로 채워질 수 있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