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느린 배움
겨울이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나는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만나는 방과후 컴퓨터 강사이다.
겨울이는 컴퓨터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종종 다른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욕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따뜻한 말보다 “조용히 하고 앉으라”는 잔소리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 시작으로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지도, 수업에 참여시키지도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여유가 없었다. 겨울이가 속한 반은 컴퓨터 자격증을 준비하는 반이었고, 나 또한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는 늘 “엄마가 억지로 보내서 어쩔 수 없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의 속뜻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부모님이 그냥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닫았다. 사실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감정에 휩싸여 아이의 감정보다 내 피로와 불편함을 우선시했던 시간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겨울이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나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그제야 보였다.
겨울이는 단지 컴퓨터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엄마의 말에 따라 억지로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그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했을까.
얼마나 이 시간이 지겨웠을까, 오기 싫었을까, 도망치고 싶었을까.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상상해보니 겨울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시선을 바꾸고 나서야 마음 깊이 다가온 이 깨달음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조금 더 일찍 알아주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겨울이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아이이다.
나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상대의 행동을 판단하기보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으로 이유를 찾아가야 함을 깨닫게 해준 아이였다.
겨울이를 통해 나는 ‘아이의 행동 뒤에는 언제나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아이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겨울이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했다.
겨울이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그 문자를 보냈다.
이제 나는 그 아이의 행동을 통한 답장과,
그 마음이 조금씩 행동으로 스며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겨울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하기를 바라며
달래도 보고, 때로는 야단도 치며,
그렇게 겨울이와의 마지막 몇 달을 정성껏 보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