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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여전히 같지만

250429

by StarCluster

20대의 기록들을 보면 참 낯설다.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일관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삶이 말투로 표현된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어조와는 사뭇 다른 일종의 선언으로 살았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악한 것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으로,

나와 주변의 인생을 나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차라리 미워하고 싶지 않아서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고,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희망 쪽으로 마음을 기울여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살면서 인생의 많은 선배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들이 있었다.

나와 다른 기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진심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그 마음이 언제, 어떻게 전해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깊게 알게 되었다.


변하지 않을 줄로만 알았던 2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참 낯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변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말을 종종 잊고 산다.


흐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강물처럼 사람도 조금씩 흘러간다.

지금의 나조차 언젠가는 다시금 낯설게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우리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또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


특히,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결심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그때의 너와 나는 무엇을 믿었던 걸까?


당시, 서로의 모습이 자신에게는 너무나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앞으로 변해갈 모습에 대한 서로의 신뢰에서 비롯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는 믿음,

더불어 나 역시 그렇게 되리라는 다짐.




흘러가는 강물을 생각했다.


안에 담긴 물도,

그 속을 떠도는 나뭇잎도 바뀐다.

바뀌어가는 그 흐름 전체를 우리는 '강'이라 부른다.


삶이 계속 흘러간다.


내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요동치고, 또 가라앉는다.

조금씩 마모되기도, 자라나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흘러가는 그 사람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나와 타인의 삶이 잠시나마 같이 흐른다.


어느 지점에서는 각자의 흐름이 겹쳐져 서로를 인식하며, 그의 이름을 친밀히 부르기도 한다.

햇살이 비치던 날의 웃음, 비가 내리던 슬픔의 잔물결을 함께한 시절의 인연으로 남기고 흩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분명 이토록 잠잠히, 때로는 거칠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종종, 그 시절 만난 누군가가 그때 흐르던 강의 한 구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저마다 다른 유속(流速)으로, 저 멀리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나 또한 그의 현재를 헤아리지 못한 채, 기억 속 모습에만 말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붙잡고 그의 잔상과 독대했던 셈이다.


조만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될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그런 익숙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삶의 한 지점에서 알고 지내던 너의 이름은 여전히 같지만,

너는 그때로부터 여기까지, 스스로의 물결을 따라 흘러와 있는,

어쩌면 더 여유로워졌고, 더 깊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일 테니까.


네가 지내온 시간만큼 달라졌을 마음가짐과 시선들,

그 안에 쌓인 변화를 가볍게 넘기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물을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건너왔고, 어떤 빛을 담아왔는지,

또 어디를 향해 흘러가려 하는지를.


앞으로도 여전히, 늘 그렇게 묻고 또 경청할 것이다.

다시 만나는 모든 순간의 너를 새롭게 이해할 것이다.


우리라는 강물이 언젠가 한데 모여,

바다를 이루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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