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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별냥 Sep 25. 2024

어느 멋진 날(2)

 한차례 버스 드라이브를 하고 다시 마을에 내리던 둘은 어제 들렸던 냇가를 지나 마을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고즈넉한 담벼락과 냇가를 따라 시골길을 걸으며 청량한 물소리와 자연을 따라 노래하는 새들 소리가 따뜻한 봄을 더욱 즐겁게 해 주어 드라이브와는 또 다른 산뜻함이 느껴졌다.


 ‘예쁘다’


 새봄이는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예쁘지?”


 ‘어떻게 알았지?’


 “응? 응.”


 “내가 다른 멋진 곳을 보여줄게.”


 “오늘따라 되게 잘해준다?”


 “뭐, 일종의 서비스지. 멀리서 우리 마을까지 놀러 왔는데.”


 머쓱하니 웃음을 짓던 그 녀석이 뭐가 그리도 신난 건지. 새봄이는 따라 웃음이 나더니 신남 반 설렘 반으로 다음 코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야, 신동우 너 또 어디가. 거기 안 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저 멀리 안경을 쓴 어떤 사람이 그 녀석을 보며 뛰어오고 그 녀석은 깜짝 놀라며 안절부절못하고 새봄이는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하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


 “앗, 큰일인데.”


 “왜? 누군데?”


 평소와 다르게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그 녀석을 보던 새봄이는 혹시 그 녀석이 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우..”


 “뛰어.”


 새봄이는 갑자기 그 녀석의 손을 잡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고 동우는 순간 당황해하며 끌려간다.


 “야, 거기 안 서? 왜 뛰어.


 뒤에 있던 사람은 크게 소리치고 두 아이는 골목을 뛰어간다.


 “헉... 너 여기 길... 헉헉 알아?”


 “헉.. 헉. 아니.... 헉헉 몰라...”


 “근데 왜 앞장서서 가는 거야?”


 “.......?”


 뛰어가던 새봄이가 순간 당황해하더니 점점 속도를 늦추려 하자 동우는 웃으면서 앞장서서 뛰어간다.


 뛰어가는 동우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더니 그 뒷모습과 살랑이는 봄바람의 온기가 느껴지자 새봄은 멍해지더니 조금씩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녀석의 손에 이끌려 한참을 뛰고 나니 어느새 큰 나무와 정자가 보였고 동우는 뒤를 보더니 이들을 쫓던 사람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나무 뒤로 숨었다.


 그 녀석은 한참을 숨을 고르고 있었고 새봄은 그 녀석과 잡은 손이 눈에 들어오더니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손을 잡고 있는 그 녀석 때문인가? 아니면 달려서 그런 걸까?


 “아 미안.”     


 그 녀석이 손을 의식했는지 놓아주고는 계속해서 심장을 잡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뭐야? 나보고 꼬맹이라더니 너는 더 허약하네.


 “그러게. 운동 부족인가?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닌데? 헉... 헉... 미안한데 나 잠시 숨 좀 고르고...”


 새봄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 짓더니 잠시 그 녀석이 진정시킬 시간을 주고 두리번거리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시원한 바람 소리, 가끔 날아다니는 새소리를 들으니 정말 천국에 온 것 같다.


 ‘예쁘다. 어쩜 이리 안 예쁜 곳이 없는 거야? 슬프게..’


 한참을 그 풍경에 빠지던 새봄이는 이 풍경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속상해졌다.

  

 “어때?”


 그 녀석은 이제야 좀 진정이 되었는지 새봄이 옆으로 와서 말을 건넨다.


 “아까 드라이브도 너무 멋졌지만 여기는 힐링되는 것 같아서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좋아할 줄 알았어. 저기 가서 앉자.”


 그 녀석을 정자를 가리켰고 따라서 앉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네? 이름이 뭐야?”


 “윤새봄. 넌 신동우 맞지?”


 “어?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아까 어떤 사람이 이름 불렀잖아.”


 “그랬나? 예리한데?”


 “근데 아까 쫓아온 사람은 누구야?”


 “아~ 우리 형.


 “형? 얘기를 하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나쁜 사람인 줄 알고 뛰었잖아.”


 “아 진짜? 하하, 우리 형이 이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근데 왜 형이 쫓아와? 형에게 뭐 잘못했어?”


 “아니... 그냥 별거 아냐. 우리 형 잘생겼지?”


 “뭐... 너 보단 낫더라”


 “맞아. 나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어. 그리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그래?”


 “응 그전에 난 형 말도 안 듣고 그랬는데...”


 “그랬을 거 같아.. 많이 맞았을 거 같은데?”


 “풋, 맞아. 근데 우리 형이 그렇게 나를 챙겨준다?”


 “좋겠다.”


 “왜?”


 “난 형제가 없어서..”


 “외동이야? 부럽다.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혼자 할 수 있잖아”


 “뭐... 그렇기는 하지.


 “난 동생이 없어서 심심한데 내 동생 할래?”


 “뭐? 싫어.”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울상 지으면 못난이 된다?”


 분위기 좋다 갑자기 장난치는 동우를 보니 분명 악의 없이 그냥 놀리는 거 아는데, 알지만 순간 울컥해지더니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으앙~”


 여태 잘 참아 왔지만 저 녀석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울고 싶은 구실이 필요했던 건지 새봄이는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였다.


 “아니. 미안미안.. 속상했어? 이거 참..”


 동우는 처음에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했지만 새봄이는 그냥 여태 참아왔던 눈물을 마음껏 흘려보냈고 새봄이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동우 순간 당황했지만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에 다른 사연이 있는 듯하여 마음껏 쏟아내도 괜찮다는 듯 말없이 그저 울게 두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묵은 체증이 사라진 것처럼 마음이 후련해졌다.


 “미안. 난 그냥 놀려주고 싶어서.”


 “내가 못난이야?”


 “어?”


 “못난이라며! 나 못생겼던 말 한 번도 못 들어 봤거든? 내가 진짜 못난이야?”


 순간 그 녀석은 나의 말에 웃겼는지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 아 미안. 너 안 못생겼어.”


 “정말이지?”


 “그럼, 예뻐. 예뻐”


 예쁘다고 하는 그 녀석의 말의 새봄의 심장이 또다시 두근거리더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 뭐야 자꾸 왜 두근거리는 거야?’


 애써 마음을 다잡고 서는


 “치. 그러니 앞으로 놀리지 마.”


 “알겠어. 미안, 근데 너 원래 이리 잘 우니?”


 “아니, 그러고 보니 나 되게 오랜만에 울어 본 것 같아.”


 “왜?”


 “아마... 난 죽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새봄이의 말의 그 녀석은 깜짝 놀랐다.


 새봄이는 태연한 척 웃어보려 가면을 쓰려했지만 더 이상 마음이 가려지지 않아 내려놓았다.


 잠깐 놀러 온 여행이라 굳이 자신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녀석을 만나는 내내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기도 했을뿐더러 왠지 모르게 동우에게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었다.


 어쩌면 남들처럼 동정 어린 말에 무거운 분위기보다 농담을 담은 가벼운 위로의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꾹 입술을 닫고 한참을 망설이던 새봄이는 이윽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더니 살짝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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