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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an 13. 2023

내 생애 최초의 독서모임 순간.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


동생은 독립서점과 카페를 운영한다. 최근에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심야책방 책 읽는 모임>. 독서 모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이나 모임을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자라났다. 거기다, 사람을 과연 모일까?라는 두려움이 커진다. 


다행히 두 분이 참여하셨다. 어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낙점된 책은 <인듀어런스>다(책에 대한 내용은 글로 조만간 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나간 곳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셨다. 


자기소개를 했다. 나이, 이름 그리고 직업을 가린 채. 세 가지를 가리고 나니,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독서 모임에서 얻고 싶은 것, 가지고 온 책으로 이야기가 옮아 갔다. 모두 책 읽는 일을 좋아하지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독서 모임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 마음이 컸다. 


동생을 포함한 세 분이 가져온 책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사랑 공부>, <더 셜리 클럽>. 아마 평소에 나였다면 전혀 고를 일 없는 책을 만났다. 간단하게 책을 가지고 온 이유를 말했다. 어떤 분은 이미 절반 정도 읽고 나오셨고, 흥미로운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신다. 어떤 분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두 번을 실패한 책을 완독 하고 싶다며 가져오셨다.


이야기를 나누며 불편했다. 부르는 이름이 없어서였다. 책을 읽기 전 우리는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치열한 삶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가져오신 분은 베로니카.

<사랑 수업>를 가져온 동생은 쓰담.

<더 셜리 클럽>을 가져오신 분은 셜리.

<인듀어런스>를 가져온 나는 어니스트.


모두 책과 관련된 사람으로 이름을 정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여기에만 존재하는 이름과 정체성을 만들었다.


한 시간 남 짓. 온전히 책 읽기에 집중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다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책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을 내 보였다. 느낀 바를 나누며, 감동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순식간에 끝났다.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이 끝났다.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일 년 성인 독서량은 4.5권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래도 꿋꿋이 책을 읽어 간다. 가끔은 멋진 문장을 만나면 나누고 싶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책 읽는 사람이 없어 혼자 필사하고 만다. 어떤 경우에는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시선을 알고 싶지만, 여전히 내 주위에는 책 읽는 사람이 없다.


책 읽으라고 권하면 자칫 꼰대로 몰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유튜브도, 인스타도 있는데, 굳이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는 말과 함께. 혼자만 읽은 책도 즐겁다 나누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내 생에 최초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끼는 날이 되었다.


서로 다른 시선을 교환하고, 내가 접하지 못하는 책을 안내받기도 한다. 내 시선은 넓어지고, 독서 이력이 다채로워진다. 다양한 글이 내 마음과 머리에 남게 되니, 마음마저 풍성해진다.


오늘도 설레는 한 주를 보내고 독서 모임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할 즐거움을 기대하며 말이다.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은 내 생애 최고의 독서 모임 순간이 되었다. 



한 줄 요약: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P.S.

독서 모임을 하며 느낀 마음, 나누는 이야기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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