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 [글라] 그니까, 제주도에 왜 가냐면?

우리가 제주도에 두 달 살이 가는 까닭은?

by 조현

만약, 누군가 두 달간 제주도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니까, 왜 제주도에 두 달간 가는 건데?"

하고 물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로 가는 이유도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다.


우리가 제주도로 두 달간 가는 까닭은?




나의 기억 속, 이사는 딱 1번뿐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집. 그리고 성인이 된 직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다.


지금 사는 집은

조금은 특별한 나의 동생과 살아가기에 최적화된 집이었다.

1층이라, 조심성이 없는 동생이 타인에게 피해를 덜 줄 수 있고,

대신 로비층이 별도로 있어

독특한 동생이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쉽게,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꿈 꾸기는 어려웠다.

어릴 적부터 같이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이 집으로 이사오고도 10여 년이 훌쩍 흘렀다.

어느새 세월이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먼 길 떠나시고 더 이상 우리 곁에 안 계셨다.

지금 살던 곳으로 6명이 이사 와, 5명이 되고, 이제 4명이 되었다.

그사이 집은 매우 낡았다. 그리고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 짐도 일부 남아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짐도 정리해야 했고, 낡아버린 집도 손봐야 했다.

더 이상 문도 잘 맞지 않았고, 바닥도 해지고 틀어졌다.

생활의 흔적들로 군데군데 낡아 부서지기도 했다.


집에 대해 고민하던 처음, 우리는 이사를 가려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들도 많으니까. 서비스 공간도 많고 편의 시설도 많은 새 아파트로.

그러나 동생과 함께, 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가족들과 함께 이사를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율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타지 않게 1층이면 좋겠어."

"그렇지만, 사생활 보호도 될 겸 로비층이나 1층에 서비스 공간이 있는 2층 높이의 1층이면 좋겠어."

"1층이지만 햇빛이 잘 들었으면 좋겠어."

"조금 조용하고 한갓진 곳이면 좋겠어."

"평수는 이랬으면 좋겠어."

"주차가 여유 있었으면 좋겠어."

등등.

무엇보다 동생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이웃들이 이해해 줄까?"도 걱정이었다.



우린 우리 지역에 새로 짓는다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여러 곳 다녀봤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리모델링을 하자!"


집을 리모델링하려면 기본적으로 약 두 달의 비어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짐을 모두 이삿짐 보관소에 넣어두고 전체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집 근처에 숙소를 구하거나, 친척집으로 가 두 달을 보낼 수도 있으나,

우린 동생이 있기에 쉽지 않았다.

동생이 집을 눈앞에 두고도 집으로 가지 않는 것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 지도 걱정이고,

혹시 친척집으로 가서 함부로 손대고 만져 폐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폐성장애인들은 자신만의 '룰'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문제행동이라 하였지만, 요즘엔 도전적 행동이라고 한다. 도전적 행동이란 "일반적으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라는 정의를 갖는다. 발달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이다. 꼭 해가 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 동생은 모든 페트병의 라벨을 뜯어야만 한다. 아마도 복지관에서 분리수거를 배우면서 생긴 습관 같은데, 문제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나 더러운 페트병도 들어서 뜯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타인의 것도 뜯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동생의 다양한 습관이나 도전적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집에 사는 것도 어렵다. 그 집에 있는 모든 페트병의 라벨을 뜯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리모델링하는 기간 동안

평소 자주 여행 갔던 제주도로, 두 달 여행을 가자.

동생도 매우 좋아할 거야. 여행을 좋아하니까. 제주도를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우린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이 제주도에 방문했다. 매번 명절이면 제주도로 여행 가곤 했으니까.

그래서 익숙하고, 좋아하는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 두 달 살이를 결심했다.

그리고 제주도 두 달 살이와 집 리모델링 준비를 같이 하였다.




엄마는 그 해 8월.

4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하셨다. 우린 은퇴한 그 시점부터 준비했다.

10월, 11월 두 달간의 제주살이. 그리고 집의 리모델링을.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시는 엄마를 걱정했었다. 40여 년 직장을 다니시다 은퇴하시면 공허하고 힘들지 않으시겠냐고.

지금도 답하신다.

"그럴 겨를도 없었어요. 은퇴하자마자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우린 그렇게 정신없는 준비 시간을 보냈다.


8월은 그냥 별생각 없이 이것저것 알아봤다. 이사를 갈지, 리모델링을 할지. 두 달 동안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디를 갈지.

8월 초에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갔었는데, 한참 놀다가 그때도 제주도에서 산다면 어디에 살지 눈으로 쓱~ 대충 보기만 했다. 그렇게 8월까지만 해도 구체적 계획이 없었다. 8월에는 우리가 사는 지역 집 근처부터, 근처 교외에서 살만한 곳이 있는지. 혹시 더 나아가 이 기회에 해외에서 두 달 살아보면 어떨지 고민하고 알아보는데 보낸 시간들이었다.


제주도로 정해놓고

본격적인 준비를 했던 건 9월 단 한 달이었다.

마치 전쟁과 같은 한 달이었다.

두 달 살이 뿐 아니라 손 안 댄 지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도 했어야 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제주도로 두 달간 떠났다.


20230126_142135 - 3.떠나는 이유.jpg 비행기에서 바라본 겨울의 한라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