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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느린 별 동생과 노고록 제주>

1. [글라] 연재를 시작합니다!

by 조현
* 노고록 - 형용사 [방언]
사람의 성질 따위가 여유롭다
제주 지역에서는 ‘노고록하다’로도 적는다. (제주) (네이버 국어사전)


앞으로 연재될 이 글의 전체 제목은

<느린 별 동생과 노고록 제주>이다.


발달장애인으로 십 년에 한 살씩 자라는, 30대에 이제야 3살에 진입한 나의 동생과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놀멍 (놀며), 쉬멍 (쉬며), 걸으멍 (걸으며) 매일 웃으며 두 달을 보냈다.

아주 여유롭고 느긋하게. 노고록 하게.



우린 느린 별 동생 덕분에(?)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나, 박물관들은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만오천 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더라도, 사진도 많이 찍고 예쁘고 신기한 전시를 즐기고 싶지만, 혹시 동생이 흥미가 없다면, 혹시 이것저것 만지거나 짜증을 낸다면 박물관에서 바로 나와야만 하기 때문이다. 들어간 지 5분 만에 뛰어나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린 주로 걸었다. 제주도의 예쁜 풍경을 보며, 바람을 맞으며. 환갑이 지난 부모님도 함께 찬찬히 걸을 수 있도록 여유롭고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제주도를 다녔다.

그래서 어쩌면 글은 제주도의 걷기 좋은, 풍광 좋은 곳을 주로 소개하는 방향으로 흐를지도 모른다.

(동생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걷기 좋은 길만 소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웃었던 두 달을 기록해보려 한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보를 드리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혹은 일상을 떠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조금의 대리만족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제주도로 떠나는 준비부터, 지금까지.

조금은 특별하지만 평범한, 소소한 일상들을 쓰려고 한다.

특별한 동생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없을 수 있다.

제주에서의 살이처럼, 이 글도 어디로 흐를지는 모르겠다.

순간을 즐기며 살 듯

다만 그때의 순간을 기록할 뿐.




느르당 동생과 함께, 제주에서 하영하영 놀멍 쉬멍 걸으멍 두 달을 살암쑤다!

(느린 동생과 함께, 제주에서 많이 많이 놀며, 쉬며, 걸으며 두 달을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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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될 글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준비하는 단계로, "가자!"의 제주도 방언인 <글라>,
쉬며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 <쉬멍>,
제주도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는 <걸으멍>.

주제에 맞게
프롤로그는 <글라>를, 쉴 때는 <쉬멍>을, 걸을 때는 <걸으멍>을
제목에 달 예정이다.

* 그래서, 소개하는 이 글의 제목은 "[글라] 연재를 시작합니다!"입니다!






▷ 연재를 시작하며....

사실 제주도에 다녀온 지 일 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제야 시작한다.
그사이 많은, 바쁜 일들도 있었지만, 연재를 선뜻 시작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겁이 나서"였다.


태어나 처음 하는 연재.

- 잘할 수 있을까?

- 수정할 수 없다는 데 괜찮을까?

-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게 괜찮을까?

-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 생각보다 동생이야기도 없고 평범할 수 있는데 괜찮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려움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해보려 한다.


지금이 아니면 남길 수 없기에.

누군가, 단 한 명에게라도 나의 글이 가 닿아
도움이 되고, 계획이 되고, 꿈이 되길 바라면서

어떻게든 연재를 우당탕탕 시작해보려고 한다.
많이 서툴고, 많이 어색하고, 때론 이상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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