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쌤 Jun 03. 2024

별쌤의 명화 처방전 01

변덕스러운 나를 위한, 체온마저 하나가 되는 브랑쿠시의 <입맞춤>


브랑쿠시 <입맞춤>

별쌤의 명화 처방전 첫 작품으로 브랑쿠시의 <입맞춤>을 골랐습니다.


2,30대의 저는 빨간 떡볶이는 쳐다만 봐도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국이 조금만 뜨거워도 이마에 땀이 주르륵, 조금만 더워도 화닥화닥 머리에 스팀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반면 조금만 추우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한 때 제가 변온동물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몸의 온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변덕이 죽 끓듯 했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조각을 볼 때면 한겨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 난로 앞에서 꽁꽁 언 몸을 녹이며 따뜻한 차 한잔으로 몸속까지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한 참을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저 두 사람은 아마도 오래된 연인 같아 보입니다. 첫 키스의 두근거리는 설렘은 없지만 두 팔로 서로를 끌어안고 눈을 감은 채 입을 맞추고 온전히 하나가 된 키스는 완벽합니다. 저처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변온동물 여자 친구일지라도 늘 따뜻한 체온으로 안아주는 아주 오래된 연인의 사랑스러운 입맞춤이니까요.


지금 밤 10시가 넘었는데 아래층에서 내편이 라면을 끓여 먹고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마성의 라면 냄새가 올라옵니다. 저 남자, 제가 사춘기 소녀 시절 꿈꾸던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샤프하고 잘생기진 않았지만 브랑쿠시의  <입맞춤>에 나오는 투박하지만 순수하고, 늘 변함없는 정온동물 같은 사람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올해 마흔아홉이라는 나이가 되고 보니 브랑쿠시의 <입맞춤>이 더 좋아집니다. 서로 닮아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요? 저런 내편과 함께 20년을 살다 보니 저도 이제 정온동물이 다 되어갑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저런 사람 한 명만 옆에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지 않을까요?


<작품, 작가소개>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민속 조각과 현대 조각을 결합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수많은 천재적 화가들이 구상을 벗어난 추상 회화의 세계를 개척했는데, 브랑쿠시는 조각 분야에 추상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선구자입니다. 어린 시절에 전통 목각을 배웠던 브랑쿠시는 파리 미술학교에서 본격적인 조각수업을 받았습니다. 이때 근대 조각의 거장인 로댕의 조수로 일하며 그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브랑쿠시는 로댕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브랑쿠시는 원석의 사각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을 맞추는 남녀의 형상을 최소한의 표현으로 간결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돌의 한가운데는 수직으로 나뉘었고, 서로 부둥켜안은 남녀의 양팔은 수직으로 연결됐습니다. 단순하게 표현된 눈과 입은 오히려 더 강렬합니다. 묵직한 무게감과 딱딱하고 견고한 돌의 재질을 살리면서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브랑쿠시의 작품은 구상 조각만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출처 : 뉴스봄(http://www.newsbom.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