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화면의 중앙, 풍성한 초록의 숲 속에서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를 흩날리며 경쾌하게 그네를 타고 있는 여인, 하지만 정작 그네 타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장난기 어린 주인공은 그네보다는 오히려 애인에게 에로틱한 매력을 호소하는 데에 더 열중하고 있다.
바보 같은 남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인의 뒤에서 그네를 밀기에 여념이 없다. 그녀는 한 술 더 떠 애인을 유혹하기 위해 한 발을 번쩍 들어 올리다 신발이 벗겨져 공중에 떠 있고, 왼쪽 아래 덤불에 숨어 있는 남자는 그녀의 치마 속을 보기 위해 시야를 가리는 꽃을 모자로 누르고 있다. 그의 가슴에 꽂은 핑크색 꽃은 여인의 드레스 색과, 그녀의 가슴에 꽂은 하늘색 꽃은 남자의 옷 색깔과 일치한다. 화색이 넘치고 몹시 상기되어 있는 남자의 얼굴 표정에서 그들이 매우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네는 이쪽저쪽을 변덕스럽게 오가며 밀고 당기는 남녀 간의 사랑놀음의 상징이었다. 그네라는 제목에서 이미 그림의 주제가 드러난 셈이다.
여인의 벗겨진 신발이 떠 있는 곳에 보이는 사랑과 욕망의 큐피드 동상,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이 은밀한 관계를 눈감아 주듯 '쉿'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이러한 등장인물들 외에 또 다른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마치 그녀와의 관계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네의 줄을 움켜쥐고 있는 늙은 남편의 옆쪽으로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는 사랑의 중재자 푸티가 아기천사 동상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왼쪽에 있는 푸티는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젊은 연인들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고, 오른쪽 푸티는 남편의 곁에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는 듯하다. 강아지는 유럽 미술에서 정절과 신의의 상징이었는데 강아지 또한 두 남녀의 불륜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네는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마지막 대가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림으로 로코코 시대의 귀족 문화와 그 특유의 쾌락적, 낙관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낸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관능과 쾌락,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했던 당시 귀족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이 그림은 프라고나르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최고의 감각과 관능을 자랑한 화가 프라고나르에게 있어 불행은 그러한 시대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과 함께 새로운 규범과 질서에 대한 전 사회적인 요구에 밀려 그는 쾌락에 물든 에로티시즘의 세계만을 그린 작가로 잊혀졌고, 결국 붓을 놓은 채 쓸쓸히 죽어갔다. 그와 함께 로코코 미술도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림 출처: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