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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쌤 Jun 06. 2024

별쌤의 명화 처방전 06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반 고흐의 <압생트와 카페 테이블>

빈센트 반 고흐, 압생트와 카페 테이블 (1887년)


그림 속 잔에 담긴 불투명한 연두빛 술이 압생트입니다. 창문 앞쪽으로 배치된 테이블 위에 놓인 한 잔의 술은 창 밖의 거리를 보며 홀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흐의 술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고흐의 압생트 사랑은 광적이었습니다. 고흐는 파리에서 만난 예술가 중 로트레크와 절친이었고, 로트레크는  파리 미술계에서 최고의 주당이자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그러니 고흐도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을지 가히 짐작이 됩니다. 고흐는 압생트를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시각장애와 환각에 시달렸고, 급기야는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말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결국, 고흐는 압생트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한 것일까요? 요정의 탈을 쓰고 날아와 혀끝에 앉은 녹색 악마 압생트는 고흐의 영혼을 갉아먹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우리는 반 고흐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노랑을 볼 수 있고 한 예술가의 영혼이 내지를 수 있는 표현의 극대치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을 시킨 주인공은 보이지 않고 안주 하나 없이 단촐하게 놓여있는 술잔과 물병에서 고흐의 극한의 외로움과 슬픔, 그 고독이 느껴지시나요?


이 그림을 볼때면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녹색요정 압생트에 홀린 빈센트 반 고흐


네덜란드 화가인 고흐는 33세 때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갈망으로 당시 예술의 성지인 파리로 갔습니다. 고흐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파리의 예술계를 접수한 것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화풍뿐만 아니라 녹색요정이라 불리는 압생트였습니다. 당시 카페는 그날의 고된 노동을 압생트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 순환되는 장소였습니다.


압생트(Absinth)는 프랑스어로 ‘고난,  고통, 쓴 쑥’이라는 뜻입니다. 스위스에서 유래된 술로 19세기 유럽에서 '녹색요정', 또는 '녹색의 악마'라고 불리며 유행하였습니다.


압생트는 19세기 서민의 술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소주처럼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아 특히, 가난하고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는 술이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압생트에 흠뻑 취했을 때 찾아오는 환각이 창작에 영감을 불어넣는다며 예찬했습니다. 압생트를 즐겨 마시던 예술가로는 보들레르, 헤밍웨이, 랭보, 드가, 마티스, 로트레크, 고갱, 피카소, 마네, 에드거 앨런 포, 오스카 와일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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