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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14. 2017

관객은 호갱이 아니다

Appetizer#74 아빠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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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당시부터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 존재를 알리고, 경매로 박명수를 획득(?)했던 <아빠는 딸>이 개봉했다. 영화는 홍보부터 공격적으로 박명수를 내세워 주목을 받는 중이다,. 유튜브에서 <아빠는 딸>의 본 예고편보다 박명수 하이라이트의 조회수가 월등히 높은 걸 보면, 성공적인 경매로 보인다. 성공적인 홍보가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체인지> 이후,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은 국내에서 낯선 소재가 아니다. 올 초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너의 이름은.> 역시, 남녀가 바뀐 몸으로 만나는 사건을 다뤘었다. 이 설정은 타인이 되어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빠는 딸>도 유사하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이 몸이 바뀌며, 서로의 현실(직장과 학교)에서 장애물을 만나며 전개된다. 그리고 그걸 통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녀가 더 가까워질 이야기가 될 깃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빠는 딸>은 거창한 것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일반 관객이 알 법한 어른과 학생의 고민을 중심으로, 두 세대가 마주한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빠와 결혼하겠다던 과거의 딸과 자라서 아빠를 멀리하게 되어버린 지금의 딸 사이의 간극을 비추기도 한다. 그러면서 익숙한 이야기, 대중적인 신파 코드로 관객과 함께 울 준비를 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대중적인 영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새로울 게 없다. 영화의 창의성과 짜임새의 부재를 부녀간의 정으로 수습하려는 듯한 태도는 영화 제작자의 입장이 되어 본다고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남는 건 윤제문과 정소민이 난감한 상황에서 펼치는 독특한 연기이며, 여기서 목격하게 될 배우의 얼굴만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걸쭉한 아재가 된 정소민은 드라마 <마음의 소리>에서 본 털털한 모습과 유사해 낯설지 않고, 또 상당히 잘 어울린다. 제 옷을 입은 듯한 느낌에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미지 배반의 충격은 윤제문이 더 크다. 어색한 여고생 연기는 ‘어색해서’ 공감이 가고,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음주에 관한 안 좋은 경험 때문인지, 그가 술을 거부하는 장면은 현실과 겹쳐 독특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그가 준비한 파격적인 모습이 다양한 잔재미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해프닝들과 이미지만으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관객이라는 소비자는 호갱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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