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09. 2018

[베일리 어게인] ‘견지적 시점’이 보여준 것

Appetizer#124 베일리 어게인

<베일리 어게인>에 관해 말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하나, 당신은 개를 좋아하는가? 둘, 개를 키우거나 키운 적이 있는가? 셋, 개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본 적이 있는가? 두 가지 이상에 ‘그렇다‘라고 답했다면, <베일리 어게인>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영화다.


<베일리 어게인>은 환생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개’에 관한 이야기다. 환생이라는 설정만큼이나 영화의 시점도 흥미롭다. 개의 입장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개의 내레이션에서 진행되는 1인칭 견(犬)시점으로 진행된다. 웨스 엔더슨의 <개들의 섬>과 설정이 유사해 보이지만, 꽤 큰 차이가 있다. <개들의 섬>과 달리, 베일리는 인간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개들의 섬>처럼 인간을 향한 적개심을 조금도 볼 수 없다.



이 두 가지 차이만으로도 <베일리 어게인>의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인간과 개들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건 관객이다. 우리는 이 특별한 위치에서 인간의 다양한 행동에 반응하는 개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알게 된다. 개에게 소리치고, 화를 내는 게 얼마나 부질없고 부당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개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럼에도 개는 언제나 주인만 생각한다는 걸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베일리 어게인>은 ‘견지적 시점’을 통해, 개를 더 사랑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속 베일리는 레드 리트리버, 셰퍼드, 웰시코기 등으로 환생하며 다양한 주인을 만난다. 카메라는 네 마리의 개가 네 명의 주인과 가지는 유대감,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그럼으로써 반려견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의지가 될 수 있는 존재인지 보여준다. 어떤 종류의 개가 되어도, 주인을 향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는 개의 시선을 따라가면, 인간이라는 이유로 행복해진다.



거창하게 영화의 의미에 관해 말했지만, 이 영화의 볼거리 앞에선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베일리 어게인>의 가장 큰 매력은 개의 치명적인 표정에 있다. 착하고 귀여운 개를 원 없이 비추며,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개들의 애교 앞에선, 미소밖에 탈출구가 없다. 개들이 뛰어노는 동영상이 몇만 뷰를 찍는 시대에, 이런 귀여운 이미지로 가득 채운 영화라니. 이건 반칙이다.


개를 사랑한다면, <베일리 어게인>이 준비한 환생의 비밀에 뭉클한 순간이 올 것이다. 이 환생의 끝엔, 인간이 잊고 지내는 행복이 있다. 개의 시점에서 인간을 볼 때 찾을 수 있는, 단순 명료한 행복의 조건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 끝까지 함께해줄 친구, 몇 번을 살아 돌아와도 우리 곁에 늘 있어 줄 것만 같은 친구가 있음에 든든해질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설] '순수의 시대'를 알린 이정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