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24. 2019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톰 크루즈와 에단 헌트

11화. 2018년 여름, 세 번째 -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은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극본과 연출, 여기에 톰 크루즈의 몸이 만들어 내는 스펙터클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어 있는 영화다. 시리즈로서 전 편들보다 더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줘야 한다는 숙명과 톰 크루즈가 환갑의 몸으로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해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시리즈 자체가 미션을 완수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선보인 액션의 완성도는 많이 언급된 이야기이기에 접어 두고, 이번엔 <폴아웃>이 관객을 어떻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가다. 이 작품의 결말은 반전의 상징이 될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며, 다양한 대중문화에서 오마주 했다. <폴아웃>은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이 ‘뒤통수치는 재능’을 제대로 살릴 기회를 준다. IMF와 CIA의 갈등 속에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한다. 그는 모든 상황과 인물을 의심해야 하고, 이 고민을 관객과 공유한다. 이 상황에서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관객과 공유하는 정보의 차이를 이용해 반전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 이는 캐릭터와 관객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에단 헌트는 워커(헨리 카빌)의 정체를 알 수 없기에 경계한다. 이때 관객도 워커를 의심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이후 전개에서 관객은 에단 헌트를 통해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게 되고, 덕분에 에단 헌트가 아는 만큼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은 긴 러닝 타임 대부분을 에단 헌트와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 대부분을 얻기에 나중엔 관객이 에단 헌트와 같은 시선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믿음은 후반부 벤지(사이먼 페그)의 페이스오프에 가서야 깨진다. 에단 헌트는 관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고, 관객이 몰랐던 계획이 있었다는 게 이 장면에서 드러난다. 영화가 생략한 상황과 정보가 있었고, 관객은 에단 헌트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일당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관객이 쉽게 생각하기 힘든 건, 벤지의 페이스오프가 있기 전까지 에단 헌트와 늘 함께하고 있었다는 믿음, 그 덕에 그가 알고 있는 건 관객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란 착각, 더불어 에단 헌트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탓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대감을 형성시킨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연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반전을 예측할 수 있는 복선이 있었다. 초반부이기는 하지만 에단 헌트가 증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관객과 공유하지 않은 작전(가짜 뉴스를 보여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의 현란한 이야기와 액션의 스펙터클에 밀려 관객이 이미 한 번 속았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이지만,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트릭을 미리 공개했었다.



언급한 캐릭터/관객의 유대감 활용은 별것 아닌 듯 하지만, 같은 날 개봉한 영화를 통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폴아웃>과 같은 날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두 집단 사이에서 권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폴아웃>의 에단 헌트도 유사한 고민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랑>은 닮은 면이 영화다. 그리고 <인랑>의 임중경(강동원)의 임무에도 관객이 모르는 비밀(윤희의 정체를 안다는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 반전을 마주할 때의 느낌은 꽤 다르다. <폴아웃>의 관객은 에단 헌트의 시선에서 영화를 따라왔다면, <인랑>의 관객은 임중경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기회가 없다. 따라서 <인랑>은 관객이 주인공 임중경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힘들었으며, 동시에 이야기에 몰입하기도 어려웠다. 덕분에 앞서 말한 반전도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이는 반전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형성되지 못한 유대감은 <인랑>이 가진 멜로 코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인랑>을 관람한 많은 관객이 영화의 멜로적 감성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평을 남겼다. 이는 <인랑>의 캐릭터와 관객의 거리가 멀었음을 의미하며, 공감하지 못한 멜로적 감성을 이어붙이는 건 개연성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에 관객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될 위험도 있었다. 그렇게 <인랑>은 캐릭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20여 년을 함께 해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팬과 에단 헌트 사이의 유대감엔 특별한 것이 있다. 이 시리즈는 에단 헌트와 톰 크루즈의 경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진화한 시리즈다. 언젠가부터 톰 크루즈와 에단 헌트는 동일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가 선호하는 스턴트맨이 없는 ‘리얼 액션’은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톰 크루즈의 몸이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는 이미지로 보여 왔고, 그가 목숨을 걸 때마다 에단 헌트의 이미지는 현실의 톰 크루즈로 변해가는 듯했다. 톰 크루즈가 겪는 진짜 위험의 극복이라는 미션이 캐릭터에게 실재성을 입혀주고 있는 기묘한 영화다.


관객의 입장에선 톰 크루즈의 액션이 CG를 지양한 진짜 액션임을 알기에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극 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식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이 매력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의 특수함이 되었다. 특히, <폴아웃>은 그 어떤 배우도 직접 시도하지 않았던 스카이다이빙과 헬기 조종을 해내는 톰 크루즈의 모습을 통해 시각적 스펙터클을 전시하고 완성한다. 그리고 이 ‘리얼 액션’은 CG와 스턴트맨이 관여할 때는 찍기 어려운 롱테이크를 시도할 수 있게 했고, 현장감 있는 액션을 더 실감 나고 생동감 있게 전하기도 했다.


<인랑>과 달리, 긴 시리즈를 이어온 <폴아웃>은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유대감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캐릭터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노력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폴아웃>에 관객이 에단 헌트의 시선에서 생각할 수 있게끔 다양한 장치를 심어뒀다. 에단 헌트가 마주한 윤리적 고민과 그에 따르는 행동, 선의가 가져온 불행이라는 딜레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캐릭터 내적인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했다. 엄청난 액션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폴아웃>은 이런 감정의 스펙터클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장수하는 시리즈엔 이유가 있다.

이전 10화 [허스토리] 그렇게 하나, 그렇게 역사가 된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