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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31. 2019

[신과함께-인과 연] 조명 받지 못한 이정표

12화. 2018년 여름, 네 번째 <신과함께-인과 연>

흥행 성적으로 봤을 때, 2018년은 ‘신과함께’의 해였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약 1,400만 명이 관람했고, <신과함께-인과 연>은 1,200만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두 편을 동시에 제작한 영화였다. 여덟 달 간격으로 개봉한 ‘신과함께’는 시리즈가 연이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념비룰 세웠고, 1편의 수익만으로도 전체 제작비를 회수했을 정도로 성공한 영화다. 탄탄한 웹툰 원작과 국내 최고의 VFX 팀의 기술력, 그리고 상업 영화의 흥행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김용화 감독의 역량이 잘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이정표를 세운 시리즈이지만,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국내 평점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죄와 벌>은 34..%, <인과 연>은 42.3%의 지수를 기록 중이다. 웹툰 내용의 훼손에 따른 원작 팬들의 반발이 심했고, 김용화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파적인 요소에 관한 비난과 비판이 많았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을 전시한 포트폴리오라는 혹평도 있었다. ‘한국형 신파는 나빴고, 기술력은 최고였다’ 정도로 정리가 되었고, 이외의 것들은 말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과함께’는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신과함께시리즈를 향한 뜨거운 시선들

국내 최고의 웹툰 중 하나로 꼽히는 『신과함께』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을 수 있는가’, ‘국내의 기술력으로 저승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가’, ‘상업성 때문에 원작이 다르게 해석되지는 않을지’ 등의 불안감이 팬들에겐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원작의 중요한 캐릭터 진기한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팬들도 다수 있었다.


<신과 함께>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제작하는 것, 세계관은 그대로 두고 캐릭터 설정을 바꾸는 것, 그리고 국내 최대의 VFX(시각 특수효과) 업체 ‘덱스터’에 제작을 맡김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덱스터는 <미스터 고> CG를 담당했을 만큼, 큰 규모의 VFX를 맡을 수 있는 업체다. (<미스터 고>의 완성도엔 말이 많지만, 3D 구현 능력까지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영화다) 그리고 그 대표가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이다. 시각효과라는 영역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 <신과함께>와 함께한 것이다.



이 김용화 감독의 연출에 관한 걱정도 있었다. 김용화 감독은 ‘신파’를 영화에 즐겨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엔 한국 상업 영화 흥행의 중요한 코드인 ‘신파’가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다수 있다. 영화가 관객을 울리기 위해 작위적인 설정들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다. 이런 작위성을 걱정한 팬들은 ‘신파적인’ 요소가 『신과함께』의 분위기와 작품성을 파괴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싫어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 신파 코드는 국내의 다양한 연령층이 공통으로 반응하는 요소이다. 영화관의 큰 이미지와 사운드로 감정의 극한을 느끼게 하는 신파의 힘은 꽤 강렬하고, 손익분기점이 높은 영화일수록 포기하기 힘들다.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결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요소라고나 할까. 그리고 신파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김용화 감독은 이 신파라는 걸 무척 잘 이해하고 있다. 신파적 요소에도 급이 있다면, 국내에서 김용화는 스페셜리스트다. ‘신파’를 향해 쉽게 비판과 비난을 보낼 수 있지만, 이것이 잘 조합되고 배치되어야 한다는 걸 <자전차왕 엄복동> 등의 영화를 통해 목격할 수 있었다. 신파 그 자체는 죄가 없다.



원작의 보존을 원하는 팬들

웹툰은 소설과 달리 작가 고유의 그림이 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 때, 원작의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웹툰 팬들 역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걸 선호하는 편이다.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은 웹툰 원작 영화 중 꽤 흥행한 영화다. 당시 관객은 강풀 작가의 『이웃사람』과 싱크로율이 좋다며 호평을 보냈다. (영화도 24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원작의 팬들은 웹툰을 각색해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로 만드는 것보다는 웹툰 이미지 그 자체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건 원작 그 자체이고, 자신이 아는 원작의 변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웹툰과 영화는 서로의 다른 영역의 창작물이다. 웹툰이 이미지와 문자 텍스트를 활용한다면, 영화는 영상과 음성을 조합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서로의 표현 양식이 다르기에 같은 이야기를 뿌리로 둔다고 각 장르의 특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게끔 변형될 수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각각의 형식에서 더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해도 그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신과함께』원작을 거의 못 봤기 때문에, 원작 팬들의 입장에 완벽히 이입할 수는 없었다. 대신, 영화 <신과함께>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관객일 수는 있었다. 이 웹툰에 관해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가 없기에, 영화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입장에서 영화에 관해 말하자면, <신과함께>는 우려되었던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무난히 잇고, 국내 최고의 기술력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다.



국내 최고의 기술력

일곱 개로 구성된 지옥은 각각의 색깔로 개성이 있고, 저승이라는 기묘한 분위기가 잘 표현되었다. 이 공간의 표현에서는 덱스터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다. 물, 불, 빙하, 사막 등의 다양하고 신선한 배경을 표현한 것은 ‘역시나’ 국내 최고라 부를 만하다. 물론, 보는 기준에 따라 동물과 사물의 VFX가 기존에 보던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비교해 어색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덱스터의 <신과 함께> 덕분에 한국 영화의 무대가 넓어졌다는 인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주얼이 아니다. 오히려 액션 장면 속 카메라의 움직임이 더 인상적이다. <신과함께>는 높은 기술력을 활용해 카메라의 움직임에 자유를 줬다. 자유를 얻은 카메라는 다양한 위치에서 CG와 어우러져 다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현란한 스타일을 가진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신과함께>는 덱스터가 보여준 CG의 화려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것으로 무엇을 보여줬는지를 조금 더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얻은 영화가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이 기술력이 만들어낼 스펙터클이 미래에도 영화관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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