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14. 2019

[성난 황소] ‘마동석’의 이미지는 죄가 없다

14화. 2018년 가을, 두 번째 <성난 황소>

2018년, 마동석은 <챔피언>, <신과함께-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에 출연했다. 현재 진행형인 <성난황소>를 제외한 네 편의 총관객 수는 1400만 명으로 편당 350만 명이 관람했다.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쌍 천만의 신화를 쓴 <신과함께-인과 연>의 1200만 관객을 제외한 나머지 세 편의 총관객 수는 약 200만 명이다. <챔피언>이 110만, <원더풀 고스트>가 45만, <동네사람들>이 45만으로 메인 포스터의 중심에 마동석이 있던 영화는 흥행에서 재미를 못 봤다. 관객 동원의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의 외면에 있다. 국내 영화 평점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마동석 이 출연한 영화는 <챔피언>이 10%, <원더풀 고스트>가 5%, <동네사람들>이 0%의 지수를 기록했다. <범죄도시> 이후, 그의 영화엔 늘 적신호가 켜져 있었다.



약속된 순간을 보장하는 마동석

마동석의 영화를 향해 대중은 ‘장르가 마동석’,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평한다. 그의 압도적인 이미지는 하나의 캐릭터, 그리고 장르가 되었다. 마동석이 가진 근육은 다른 어떤 표정보다 많은 걸 보여주고, 직관적으로 캐릭터를 설명한다. <챔피언>을 예로 들면, 마크(마동석)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의 근육을 전시하는 하나의 씬, 혹은 하나의 컷으로 충분했다.


이런 근육에 의존한 캐릭터들의 유사성은 ‘마동석’의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다. 덕분에 관객은 익숙함을 느끼고, 그의 영화를 선택하면서 이 근육에서 폭발하는 액션을 기대한다. 최근 개봉한 <동네사람들>을 향한 아쉬운 평가 속에서도, ‘마동석 영화라 봤다’, ‘그의 액션은 볼만했다’라는 반응도 다수 볼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마동석 장르의 힘이다. 그가 가진 이미지는 약속한 순간을 보장한다.



이미지는 죄가 없다

앞서 익숙함이라 말했던 장점을 단점으로 보는 관객도 있다. 박한 평가들로 예상해 보건대, 단점으로 보는 관객이 더 많다. 비슷한 캐릭터, 유사한 장면이 물리고, 액션에서 오는 쾌감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제목만 다를 뿐, 마동석의 영화는 유사한 캐릭터가 예상한 대로 활약한다. 그가 등장한 최근 작품의 스틸 컷을 모아두고, 어떤 영화인지 구분해보자. 농담 같지만 의외로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미지의 자기복제가 심해졌다고 봐야 할까. <베테랑>의 특별출연부터 조짐을 보였던 마동석의 시그니처는 <범죄도시>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엔 정점을 찍은 이미지의 재활용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미지의 자기복제가 아닌, 개성이 없는 플롯의 자기복제에 있다. 최근 마동석이 등장한 영화의 플롯은 단조롭다. 그리고 단순한 플롯을 마동석의 한 방으로 정리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플롯의 굴곡보다, 그가 가진 근육의 굴곡이 더 심한 영화에 긴장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마동석과 대면하는 안타고니스트의 존재도 중요하다. <범죄도시> 이후 마동석의 주연작에서 ‘장첸’(윤계상) 만큼의 위압감을 주는 상대가 있었는가.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만큼 복잡하고 매력적인 악당이 있었던가. 이미, 마동석의 이미지와 캐릭터는 완성되어 있다. 그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 이미지를 더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 그의 상대에 서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성난황소>의 키노라이츠 지수는 55%로 모처럼 노란불이 켜졌다. 높은 수치라 할 수 없지만, 4연타석 적신호(심지어 <동네사람들>은 0%였다)보다는 긍정적이다. 이 영화가 앞선 영화들과 다른 건 괴짜 악당 기태(김성오)가 신선함을 줬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인상적인 모습으로 '마동석 장르'에 새로운 활력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마동석 외에도 플롯을 끌고 갈 서브 캐릭터들을 잘 설정했다는 점도 변별점이 될 것이다.



마동석은 언제나처럼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보여줬고, 기대하던 순간을 선물한다. 늘 그랬듯 마동석의 이미지는 문제없다. 그리고 전작에서도 그의 이미지가 해가 된 적은 없었다. 다만, 그를 잘 활용할 플롯과 시너지를 줄 인물들의 조합을 더 바랄 뿐이다.

이전 13화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은 누구였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