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볼까, 말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무렵, 세상 모든 강아지가 그곳에 모이는 것만 같았다. 비글, 포메라니안, 토이 푸들, 웰시코기, 차우차우···. 연남동 공원 인근에 거주하며 그들을 만나는 건 당시 누렸던 최고의 복지 중 하나였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동물에게 적극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게. 그들을 향한 인식도 애완동물이 아닌 삶을 함께하는 반려견으로 변하며 많은 콘텐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 속 반려견을 두고 인식의 차이는 존재한다. 도시라는 게 인간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었으니까. 결국,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반려인의 몫인 것만 같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라고도 하니까.
<도그데이즈>는 반려견 세 친구와 얽힌 몇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가로서 명성은 높지만 자녀를 독립시키고 거대한 저택에 홀로 살고 있는 민서(윤여정), 입양한 지유(윤채나)와 가까워 지고 싶지만 쉽지 않은 선용(정성화)·정아(김윤진) 부부,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난 여자친구의 골든 리트리버를 맡게 된 현(이현우), 그리고 건물주 민상(유해진)과 세입자이자 동물병원 주인 진영(김서형)이 강아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까지 총 네 개의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에 반려견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영화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는 옴니버스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네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전개가 산만할 수 있음에도 <도그데이즈>의 목표는 명확했다. 반려견과의 첫 만남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함께하는 일상 속 다양한 순간을 조명해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위로, 행복, 상실감 등 희로애락을 공유하려 했다. 다만,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아쉽다. 영화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심각한(또는 신선한) 갈등이 부재하며, 인물들의 문제도 예상가능한 범주 내에서 순탄히 해결된다. 그리고 연결고리가 약한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도 작위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빚어진 <도그데이즈>는 반려견과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동화 같은 작품이다. 반려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한 시대에 반려견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반대로 반려견에게 반려인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반려견과 반려인이 서로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관계이며 서로 의지하며 삶을 함께 걷는 동반자라 말한다. 강아지와 동물을 좋아한다면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할 수 있고, 반려인이라면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입할 수 있다. 영화 속 '리조트의 근본이 힐링'이라는 대사처럼 <도그데이즈>도 반려견으로부터 퍼지는 따스한 온기가 힐링을 전한다.
극적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가 약한 <도그데이즈>에도 강력한 무기가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번지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증발시키는 순수한 이미지들이 있다. 주인공 격인 골든 리트리버 '스팅', 프렌치 불독 '완다', 치와와 '차장님'은 귀여움으로 관객의 마음을 저격한다. 이들 외에도 많은 강아지의 지원 사격이 이어지는데 촉촉한 눈망울로 사랑을 갈구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의 얼굴 앞에서 반응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미지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여기에 해맑은 아이의 얼굴까지 꽉 차게 담아 보는 마음을 정화한다. 이런 이미지를 앞세워 영화를 어필하는 건 명백한 반칙이지만, 언제나 옳다.
<도그데이즈>를 관통하는 요소 중 하나는 '유기견 입양'이다. 영화는 파양 당해 남겨진 강아지의 외로움과 공포를 소개하고, 이들이 안락사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무책임했던 반려인들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 참혹한 현실에서 반려견을 구원하는 길 중 하나로 유기견 입양을 제시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렇게 <도그데이즈>는 강아지와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빛났다. 잘 만들어진 캠페인 같았던 영화. 단, 좋은 의도만으로는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