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8. 2024

'실화' 바탕 영화가 바랐던 현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볼까, 말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종종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이런 텍스트는 극영화의 현실성과 개연성을 보강하고 이야기의 힘을 강화해 관객을 더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게 진짜라고?' '저런 게 가능해?' 등 믿기 힘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도 받는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유독 이 텍스트가 선명하게 보였고, 상영관을 나온 뒤에도 '실화'였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돈다. 현실을 재료로 영화를 만든 영화이지만, 반대로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한 남매에게서 시작한다. 미겔과 로시오는 한 여성의 권유로 아동 모델 오디션을 보러 가고, 그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어서 카메라는 팀 밸러드(짐 커비즐)의 얼굴을 담는다. 아동 성범죄자를 쫓는 정부 요원인 그는 288명의 범죄자를 잡은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작전 중 팀은 인신매매 현장에 잠입해 범죄자를 잡고, 거기서 사라졌던 소년 미겔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소년으로부터 로시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평소 많은 범죄자를 잡았지만, 피해 아동들을 구하지는 못해 자책하던 팀.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그가 이 소녀를 찾기 위해 악의 근원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팀 밸러드의 영화 속 대사처럼 아동인신매매, 착취, 성범죄 등은 입에 담기에 끔찍한 범죄이기에 언급하기를 불편해하는 문제다. 많은 이가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무거워 두렵고, 우리와는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하려 한다. 생각할수록 우울하고,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 같은 이유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관람을 피하려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이 집요하게 이 범죄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한다. 동시에 영화가 끝난 뒤엔 이 '바라보기'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무거운 소재를 장르 영화의 문법 안에 녹여 전달했다. 불편한 이야기를 관객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만들어 낸 것이다. 타락한 욕망 속에 갖춰진 어둠의 시스템은 하나의 범죄 뒤에 더 큰 범죄가 연결되어 있고, 이를 팀 밸러드가 집요하게 따라가는 과정이 영화 내내 긴박하게 펼쳐진다. 수사, 잠입, 총격전 우리에게 익숙한 스릴러 영화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4천 건 이상의 작전에서 6천 명 이상을 구한 팀 밸러드의 실화가 더해지면, 영화는 더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영상 자료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 놀랍다. 

실화 바탕의 영화는 대중에게 현실을 알린다는 목표와 함께 극 영화로서 재연 이상의 가치를 주기 위한 고민도 해야 한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한 사람의 집요함'을 꾸준히 조명했고,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한 명을 구할 수 있다'라는 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속 인신매매는 오늘도 일어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이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외쳤고, 팀의 집요함이 미국 정부의 관심을 끌어냈듯 세상도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객 한 사람이 피해자 한 명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자유의 소리가 울려 퍼질 거란 믿음. 실화 바탕의 이 영화가 바라는 현실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걸 함께 믿고 싶어지는 영화.

이전 09화 '오컬트'라는 장르로 한정하기엔 아쉬운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