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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Jan 09. 2021

사춘기 녀석,
얼른 동생에게서 사라져!

곁에서 겪어보니 알겠다

올해 내 나이 어느덧 스물넷, 적게 먹었다고 하면 그런 것이고 많이 먹었다고 하면 그 또한 그럴 것이다.


부모님의 보살핌과 노고로 이 나이까지 먹게 되었고, 여전히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없지만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 부모님의 고역을 조금이나마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자녀도 없으며 심지어 애인도 없는데 어찌 스물넷 밖에 되지 않은 내가 저 고역을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들을 여느 때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지금,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아버지와 말년 병장임에도 휴가를 나오지 못하는 남동생을 제외한 우리 가족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내 여동생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듯하다. 바로 그 녀석의 이름은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려지는 사춘기다.




막내 여동생은 늦둥이로 태어났는데, 나와 7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여동생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이 녀석의 성장 과정에 나와 남동생이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태엽을 돌리면 노래로 방 안을 가득 채우던 모빌을 보며 가만히 누워있었던 때에서 시작해서 어머니가 지칠 정도로 호기심 많던 초등학생 시절 "언제 걸어 다녀요?", "언제 말해요?" 같은 질문을 하다가 마침내 걷고 말하게 되자 얼마나 신기하고 귀여웠는지 모른다.


작은 손바닥으로 내 큰 손을 잡지 못해 엄지 하나만 잡고 걷던 아기 같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키가 훌쩍 크고 벌써 중학교를 졸업한다니, 시간 참 빠르다.


이 빠른 시간과 함께 마냥 귀엽던 동생에게 찾아온 사춘기는 지금까지의 여동생의 이미지와 다르게 이질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제는 아빠, 엄마, 오빠들이 아닌 친구들을 먼저 찾기 시작하고 부쩍 혼자 있으려고 하며 말의 70% 이상은 상처를 주는 투정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여동생을 향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도 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외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처럼 여동생에게 더 다가가려 했지만 그럴수록 내가 받는 상처들은 커졌고, 그렇게 점점 다가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사실 과장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분명 나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을 것이고 나 또한 부모님들께 이러지 않았었나 되돌아봤다.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 또한 여동생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끔찍한 사춘기라는 것을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써 세 번째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삼 부모님이 존경스러워 보이고 되려 지난 사춘기 시절의 만행들(?)을 생각하며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역시 부모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아무래도 최근 아동 학대 사건처럼 부모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너무 많은 터라 더 깊게 와 닿기도 했다.


또한 아직 사춘기를 활발하게 겪고 있는 듯한 여동생을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됐다. 되려 내가 여동생의 행동에 상처를 받아 덩달아 화를 낼 뻔도 했는데 굳세어져야 한다는 다짐 또한.


항상 젊을 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제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본인들의 삶과 감정들에 초점을 두기보다 자녀들의 삶과 양육에 늘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부모님의 말 못 할 사정.


그 당시 사춘기를 겪으며 모든 것이 내가 옳다고 믿는 그때의 나에게 부모님께서 저런 걸 말해줘도 듣지 않았을 터. 그저 이제서 늦게나마 부모님의 노고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된 내가 미워질 뿐이다.


얼른 여동생의 사춘기가 사라지길 바라며, 스물넷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죄송함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hoto by Christian Erfu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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