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by 이성룡

눈이 내리면



이 성 룡


눈이 내리면

너무 추워 한가한 정오 홀로

양지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눈이 내리면

사무치게 외로운 밤 홀로

시린 무릎 부여잡고 밤을 지새운

할머니 가슴에도 설렘의 꽃이 핀다.


소박한 희망이 내려와

얼어붙은 세상의 절망을

솜털처럼 감싸 안아

하얀 망각으로 지워버린다.


눈이 쌓이면

을씨년스러운 잿빛 도시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새하얀 도화지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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