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봄을 맞이하러
섬진강을 향해 달린다.
지리산 고개를 넘으니
남녘 들판엔 푸른빛이 돌고
산수유 잿 노랑이 수를 놓는다.
봄을 만끽하러
섬진강을 안고 달린다.
수 백리 벚꽃터널 속으로
아직 물 오른 꽃망울만 머금은
앙상한 가지들이 오히려 아늑하다.
봄을 찬양하러
섬진강 매화마을에 들른다.
기나긴 시련의 터널을 나와
아직 미련 남은 겨울을 나무라며
머뭇거리는 벚꽃, 따라오라 손짓한다.
봄을 추억하러
섬진강 소나무 숲에 머문다.
고삐 풀려 어지러운 마음이
푹신하게 쌓인 솔잎과 솔방울
드넓은 백사장에 마침내 잠이 든다.
봄은 또 그렇게 가는데
섬진강은 말없이 영겁을 흐른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섬진강 따라
마음도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