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7월 02일.
7월인데 아직도 작년 가을 수명을 다한 누런 갈대가 건재하여
한창 진녹색의 위용을 자랑해야할 젊은 갈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처음엔 엄마갈대가 무슨 미련이 이리 많아 이승의 끝을 붙잡고
아들갈대의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엄마갈대에 대한 오해는 어제오늘 흠뻑 내린 비에 의해 해소되었다.
엄마갈대는 가뭄으로 바싹 말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애타게
아들갈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물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데도 필요하지만 이승을 하직하는데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아침이었다.
2013년 5월 8일.
어언 1년이 지났다. 이번엔 적당한 봄비가 내려서인지 엄마갈대들의 잎이 작년과 달리 5월 초인데 축축 늘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떠나야할, 아가 갈대들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물러나야할 엄마갈대들이 여전히 이승의 끝을 잡고 있다.
내려놓고 비운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걸까?
마침 어버이날 아침이었다.
봄이지만 아침저녁은 아직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깨달았다. 엄마갈대가 미련이 있었던 게 아니고 아가갈대들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이불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가갈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아가갈대들이 힘차게 뻗어 올라오기 시작하면 아마도 엄마갈대는 사라지겠지.
중요한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아가갈대의 비옥한 거름으로 산화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득 어버이날 떠오른 생각이다.
2013. 초가을
작년가을 로마 장군의 투구벼슬같이 위용을 자랑하던 갈대의 갈기들은 어느덧 미어캣 같은 모습이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치이고 있다.
아! 가만 보니 어느새 힘차게 차고 올라오는 청년갈대들이 힘 빠진 엄마갈대들의 어깨를 지지해주는 게 아닌가... 마치 우리가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처럼.
어느덧 만 1년이 지난 지금.
이제 엄마갈대는 보이지 않는다. 청년갈대에 파묻혀서.
하지만 비록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산화하면서 자녀들의 거름이 되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