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집소 누키노

by 별사탕

연예인, 스포츠인, 정치인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사진 찍어 보여주는 쪽기사들이 모니터와 핸드폰 화면을 차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 정말 허접한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구나’다. 누구의 삶이 쓰레기 같냐고? 그 당사자가 아니고, 그걸 보고 있는 나다.

내가 너무 유의미주의자, 가치 지향주의자, 내용(이념)주의자인 건 맞지만, 그래서 너무 유의미한 쪽으로 생각이 기울지만, 그들의 일상을 내가 왜 알아야 하는지 아무런 동기도 찾을 수 없다. 이건 너무 일방적이고 무방비한 노출이다. 어린 축구스타가 재벌가의 상속녀와 만나고 있다든가, 혼전 임신을 시키고 낙태의 조건으로 돈거래를 했다든가, 미디어가 하는 짓이 독자, 혹은 시청자들에게 큰 엿을 먹이고 있지 않은가 싶다.

남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가십거리로 삼아, 이 카페 저 카페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침을 튀겨가며 수다를 떨어대며 내심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는 수다인들에게, 그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어찌 보면 내가 그 당사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쯤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기사가 사람들의 심성을 망가뜨린다.


왜 사람들은 그런 기사를 좋아할까, 사실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똥물에 편승해 함께 떠내려가고 있을 뿐. 그럼, 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까, 그것 때문에 여자도 남자도 꼬이는 걸 테니까. 그게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가, 인생을 걸고 그 일을 할 가치가 있는 걸까, 이 거대한 자본의 구조물 안에서 중요 부품으로 쓰이는 일, 그래서 그에 대한 보상을 어마어마한 숫자의 돈으로 보상받는 일, 그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희생자다. 일을 추진한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주체가 바라는 것은 그가 가진 어떤 정의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가 했던 것처럼, 사적인 정복욕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 있다. 혹은 고상한 취미생활의 한 방편일 수도 있다. 그 외에의 것들은 충실히 자본에 복무한다. 그러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그들에게도 미끼로서의 먹이를 던져주어야 한다. 특혜와 이득, 그리고 명예가 따르면 더 사족을 못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그들이 진짜 하는 일은 저런 가십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정치인의 일상이 그렇다. 그들이 진짜 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다. 보따리를 상임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 많이 한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한다. 일 년에 몇 번, 현수막에 그들의 치적이 걸려 있을 뿐이다. 평시에는,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고 알 수 없다. 정치가 가야 할 길을 가치, 의미, 정책, 이념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면, 현재 정치인들은 대한민국 광고가 하는 기능에 충실하다. 대한민국의 광고는 그 상품이 가진 특질과 우수성, 기능의 우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누가 뭘 광고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 막론하고 몸을 팔고 있다. 광고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약빠른 이들은 대놓고 광고를 달라고 카메라를 향해 하트를 날린다. 그렇게 광고는 선전효과가 높은 인물을 출연시키고, 상품을 이미지화한다. 정치판에서, 정치인은 그 전면에 등장하는 광고와 같다. 이것이 정치인의 일상을 따라다니는 미디어가 하는 짓이다. 거기에 집단으로 몰입, 최면에 걸린 관객들을 겁많은 물고기 떼처럼 몰고다닌다.


재미있는 현상은(이걸 재미있다고 표현 하는 건, 가학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듯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판대에 진열되는 것은 맞는데, 정치인과 스포츠인은 본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단 얘기겠고, 반면에 연예인들은 본인들이 피해의 주인공이 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이 여리다는 뜻이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대가 치고는 너무 심하다. 그들을 대하는 대중은 바다속 겁 많은 물고기 떼와 같다. 겁을 먹으면 다른 먹잇감을 향해 그 많은 몸둥아리들이 단번에 방향을 돌려버리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둘러싸서 숨막히게 만들어 질식사시켜 버린다.

각종 미디어의 독자, 시청자 여러분들, 니 댁들의 소는 지금, 누가 키우고 있노? 아니면 벌써 외양간을 고치고 있노? 소가 어디 있는지 알기는 하노? 절에 가봐라, 소 찾는 그림은 사방 벽에 그려져 있어도, 정작 소는 거기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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