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메뉴 구성

by 별사탕

30년 전,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배웠다. 그런 후 커피전문가라는 사람의 클래스에 등록하여 한번 더 배웠다.


동네 카페에 등록해서 배운 내용은 주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메뉴를 수강생이 한 번씩 시연해 보는 수업이었다. 카페 영업이 끝나는 시점인 밤 10시 이후에 진행되었던, 학교로 치면 방과 후 수업 같은 것이었다. 인상 깊었던 메뉴는 아포가토라는 메뉴다.


"아포가토의 뜻은 이태리 말로 끼얹다, 빠진다는 뜻이랍니다. 이렇게 호도가 섞인 아이스크림을 이런 아이스크림 컵에 담고 더블샷으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따로 잔에 담아요. 그럼 잔이 모두 두 개가 되겠죠. 아이스크림 위에 이렇게 견과류 조각들을 뿌려 줍니다. 두 잔을 이런 식으로 쟁반에 올리고 손님 테이블에 나가면, 손님이 직접 이렇게 에스프레소를 아이스크림 위에 '끼얹으면', 아이스크림은 에스프레소에 '빠지게' 되겠죠?"


나는 사장이 하는 말을 조목조목 받아 적으며, 내가 시연할 때를 대비해 순서를 기억하려고 눈 앞에 놓인 컵과 그 속에 담긴 것들로 서빙의 순서를 확인했다. 한 달 수강료가 30만 원이었으니까 그 때 돈으로 나름 비싼 수강료였다. 사장은 이런 메뉴를 서울에 있는 카페창업 센터에 가서 배웠다고 했다. 그는 한적한 동네에 카페를 차리고 앉아 나 같은 동네 한량들을 대상으로 창업센터에 바친 기백만 원의 수강료를 보전받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였다. 내가 수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로 들어온 수강생이 있는데, 같이 진행해도 무리가 없겠죠?"


나는 혼자 보다는 둘이 좋지 않겠냐며 신입 수강생을 승낙했고 기어코 오지랖을 부려 그날 바닷가 횟집에서 신입회원과 사장을 불러 술을 마셨다. 만만찮게 쏘는 눈빛을 가진 신입은 나보다 두어 살 어리게 보이는 또래로 여자 키로 만만찮게 컸다. 청바지를 입고 가벼운 흰색 면티를 걸친 여자는 균형잡힌 비율의 몸으로 팔다리가 단단해 보이는 건강한 여자였다. 기자출신이라고 말을 꺼낸 여자는 시종 부드럽게 미소 지으려 애썼다. 술도 곧잘 마셨고, 오히려 교회를 다닌다는 사장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남편과 헤어졌어요. 고2 딸이 하나 있고요, 여기 잣골에 있는 고등학교 다녀요."


한 동네 산다는 것, 딸이 하나 있고 이혼했다. 그리고 기자를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왔을 것이다. 안 물어봐도 뻔했다. 얘기하기 싫을테니까.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 가진 구체적 정보는 묻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묻지 않는 건 그 사람의 배경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그런 개인 정보를 대놓고 물어보는 건 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 중에는 그런 걸 불쑥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몇 살이세요?"


신입이 나에게 물어본, 이런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상대에게 신상에 관한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자기가 자기에 대해 털어놓는 일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자신의 신상은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여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자연스러운 걸 선호한다.

어쨌든 그날 이후 기자출신이고, 돌싱인 나보다 두세 살 어려 보이는 서울에서 급히 이사온 것 같은 신입이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사람의 모든 질문은 의도가 있거나, 없다손치더라도 나중에 끼워 맞춰보면 의도화되기 마련이다.


"이 말은 점을 찍는다는 뜻이에요. 우유 생크림 하고 거품을 반반, 여기서 크림과 거품 중 어떤 걸 더 많은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식감이 달라져요. 보다 크리미한 풍미를 입안에서 혀로 느끼자면 크림의 질감이 더 나도록 해야 하고, 입술에서 느끼는 부드러움은 거품이거든요. 거기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바디감을 확 끌어올려주거든요."


사장이 마끼야토 시연을 하며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거품기 파이프를 헝겊으로 닦아 내며 말했다.


"이게 뜨거우니까 데지 않게 조심해야겠죠?"


그러면서 헝겊으로 감싼 하얗게 빛을 내는 거품기의 파이프라인을 위아래로 문질러 댔다. 그때 갑자기 뜨거운 분무가 쉭하고 거품기 속에서 터져 나왔다. 사장은 반사적으로 그 소리에 몸을 움츠리며 기계에서 손을 뗐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내 쪽으로 꺾으며 반응한 것은 신입이었다.


"앗 씨..."


여자가 격하게 뱉어 낸 말 끝에 달린 것은 익히 잘 아는 욕의 서두처럼 들렸다. 스스로 어색했던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신입이 마구 웃어댔다. 사장과 나는 신입을 가운데 놓고 그녀를 쳐다봤다.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녀가 희한한 포인트에서 웃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하지만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신입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신입이 기자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저렇게 시간은 흘러 수강 타임이 종료되면서, 사장은 더 이상 자신에게서 배울 것이 없으니 하산해도 좋다고 했다. 신입은 내가 배운 걸 다 배우려면 아직도 열흘 정도가 남아 있었고, 나는 평일중 하루를 택해 손님을 맞아 메뉴를 만들어 보는 실전에 투입되는 과정이 남아있었다.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땐 잘 몰랐거든요. 그런 거 있죠? 운전 배울 땐 눈앞에 신호도 안 보이다가, 한 달쯤 지나면 100미터 밖에서 경찰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도 클로즈업으로 다 보인다고. 꼭 그런 거예요. 하다 보니 이걸 왜 먼저 해야 하는지, 순서가 왜 정해져 있는지도 알게 되고, 거품을 만들 땐 왜 컵을 사선으로 기울여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요. 해 보니까 수업 때 무작정 외웠던 것들이 환히 이해가 되더란 말이죠."


사장은 마키야토 거품을 입술에 묻힌 채 혀를 날름 거리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말이죠, 카페의 완성은 그런데 있지 않았어요. 이걸 차리고 앉아 있다 보면 사람들이 보여요. 지나가는 사람, 와서 죽 때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 중에 비만 오면 나타나는 사람도 있어요. 저 자리 있죠? 꼭 저기 앉아서 창밖만 쳐다보고 종일 앉았다가 가요. 밀키트같은 존재들이죠."


'밀키트'란 말을 주절거리면서 아직도 거품이 남아 있는 사장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새로운 거래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죠. 기본 설비를 바꾸려면 사용 연한을 기다려야 하지만, 새로운 메뉴는 금방 추가하면 되거든요. 그런 종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밀키트란 말이죠. 다 된 밥이란 말이 있죠? 이게 딱 그거예요, 다 된 밥!"


사장은 마치 나를 세일즈 대상인 것처럼 냉장고에 갔다가 봉지를 하나 꺼내 들고 나타나, 그가 말한 밀키트 '다된 밥' 봉지를 보란듯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 한번 해볼 건데요."


사장은 스토브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불을 켰다. 다시 냉장고로 간 사장은 서울우유 팩을 들고 나타나 팬 안에 자작하도록 부어주고 다시 우유를 냉장고에 넣고 우리들에게로 돌아왔다.


"여기에 치즈 두장을 넣으면 딱이거든요."


가위로 봉지 상단을 자른 사장은 그대로 뒤집어 내용물을 프라이팬 위에 쏟아부었다. 바글바글 끓는 우유 위로 쏟아진 것은 스파게티였다. 정확히 말하면, 조개가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진 봉지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듣보잡 상표였다. 사장은 기다란 나무젓가락을 수저통에서 꺼내 방금 쏟은 스파게티 덩어리에 젓가락을 찔러 넣었다.

신입이 두 손을 맞잡고 맛있어 보인다고 운을 띄웠고, 나는 카페를 하자면 음료 외에 이런 것도 배워둬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멀뚱멀뚱했다.


"스파게티라는 말도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이란 말이죠. 파스타라고 해야 맞아요. 이태리의 모든 국수는 죄다 파스타라고 불러요. 스파게티라는 말은 그냥 이 걸 가리키는 말일뿐이란 말이죠. 고유 명사를 일반 명사처럼 쓰는 예죠. 승합차를 봉고라고 부르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서 사장은 젓가락으로 면을 쿡쿡 찔러댔다. 국물이 빠르게 자작 대다가 조금씩 질게 변하자 다시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납찬장에 보관되어 있던 주둥아리가 가운데로 몰려 올라온 까만색 항아리모양의 사발을 하나 꺼내 프라이팬 옆에 올려놓았다.


"잘 보세요. 이게 조선 항아린데, 뚝배기 보다 좀 넓적하고 대접보단 좀 더 많이 오목해요. 그래서 오모가리라고 해요. 첨 보죠?"


나는 사장이 내 놓은 툭바리를 내려다 보았다. 툭바리 중에 저렇게 오목하게 입을 모아놓은 사발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내가 이걸 구하느라 여주 옹기골까지 갔다 왔잖아요."


레인지 불을 끈 사장은 프라이팬을 들어 오모가리 위로 가져와 익은 면을 젓가락으로 둘둘 말아 올렸다. 젓가락에 실타래처럼 말린 면을 프라이팬을 조금씩 기울이며 오모가리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선반의 조미료 통들 중에서 각종 가루를 흩뿌려대기 시작했다.


"먼저 이건 치즈가루... 다음 바질, 마지막으로 후추"


짙은 밤색을 품고 반질거리며 윤이 나는 까만색 오모가리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자태가 탐스러워 먹음직했다.


"거참 툭바리가 먹음직하게 탐스럽네요."


시큰둥하게 쳐다보고 있던 내가 유일하게 호감을 표시한 말이었다. 사실 오모가리의 생김새에 한눈에 반해버린 상태였다.


"툭바리가 뭐예요, 보시기라고 해야죠. 사장님은 언어에 민감하신 분인데 툭바리 같은 사투리나 쓰시고..."


내가 놀란 눈으로 신입을 쳐다보자, 여자는 눈을 꿈쩍거리며 나를 쳐다보곤, 다시 사장 쪽을 바라보았다. 사장 역시 나처럼 멀뚱한 눈을 뜨고 나와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 그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닫은 사장은 다시 수업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새우를 한 마리, 한 마리면 정 없고 두 마리? 세 마리? 삶은 걸 같이 넣어 익힌다? 그럼 얼마 받아야겠어요? 지금 여긴 조개도 세 개? 네 개? 그것도 말라 비틀어진 말린 조개들이죠?"


사장은 완성된 스파게티 오모가리 위에 침을 튀겨가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늘 말을 할 때 입술이 젖어 있었다. 입속에서 맑은 침이 흘러 입속에 고이게 했고, 입술 안쪽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처럼 늘 침으로 흥근했다. 심할 때면 벌린 입술 옆으로 흘러내릴 때도 있었다. 당연히 말을 많이 할 때면, 분비물들이 털면 마구 털려 나오는 먼지떨이의 먼지처럼 스프레이가 되어 튀기고, 분사되고,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한참 강의를 할 땐, 내 앞에 놓은 음료잔 위를 덮개로 덮어 두었던 일까지 있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언제나 물안개가 알갱이로 내려와 밝은 일요일 아침 창을 뚫고 들어온 햇살로 작은 무지개 다리가 생길 지경이었다.


"이거 한 봉지 원가가 얼마 될 거 같아요? 내가 여기 오는 외판들한테 이천 오백 원에 납품을 받거든요. 그래서 얼마 받아? 1만 오천 원? 그럼 내가 도독 놈이지. 여기가 무슨 호텔 레스토랑도 아니고, 아니다 호텔에선 기본 3만원이니까, 1만 오천원도 까딱없이 받겠지만, 그냥 딱 1만원만 받아. 그럼 아무도 불만 없어. 파는 사람도, 사 먹는 사람도. 더군다나 맛이 있어요~"


오모가리를 신입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수저통에서 젓가락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고, 이어서 작은 앞접시도 하나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시식타임.

신입은 그의 입에서 어마무시한 분비물이 터져 나온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게 제일 궁금했다.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장이 시식을 권하면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드세요."


나는 속으로 놀라 자빠질 뻔했다.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천재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안개처럼 내려온 침세례들을 내 시식을 통해 걷어 내고 그 다음에 자기가 먹겠다는 심산이었다. 오, 놀라워라. 서울 여자의 존재여!

나는 큰 저항 없이 여자가 건네는 젓가락을 바로 잡고 스파게티의 아래쪽, 그러니까 분비물이 덮여 있을 윗부분을 지나쳐 국수가 말려 있는 아랫부분을 공략해서 정확히 세 줄기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후루룩 수리가 나도록 입술을 오므려 흡입 후 면발을 철근 씹듯 우둑우둑 씹었다. 나는 순간 내가 육봉달인줄...


"맛있어요?"


여자는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정면으로 올려다보았고, 나는 그런 그녀의 진지한 눈동자에 킥 하고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여자는 사장의 분비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다음은?이라는 질문을 하면서 여자를 쳐다보았다.

아, 정말 기가 막히게 놀라운 광경이 이어졌다. 맛있겠다, 비주얼 100점, 이런 찬사를 쏟아 낸 신입은 오모가리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사장에게 건네받은 새 젓가락을 오모가리 속에 집어넣고 돌돌 말려있던 면다발을 그대로 뒤집어 버렸던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웃음을 참았고, 만화에나 나올법한 입속에 주먹을 움켜 넣고 입특막을 하고 싶은 장면이 연상되자, 그게 다시 내게 트리거처럼 웃음을 도발했다. 나는 등을 돌려 주저 앉고 말았다.


"왜 속이 안좋아요?"


주저앉아 있는 내가 거친 숨까지 몰아쉬자 사장이 급한 목소리로 나를 걱정했다. 나는 몇번의 헛기침으로 사태를 모면하면서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일어섰다.


"갑자기 사래가..."


나는 다시 목을 켁켁거리며 동정심을 유발했고, 그런 나를 신입이 안쓰럽게 쳐다봐 주었다. 물론 이 여자의 속눈은 웃음으로 가득했다는 걸 그 순간에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신입은 너무도 태연하고도 우아한 젓가락질로 맨 위에 널린 무공해한 면발을 집어 자신의 앞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앞접시에 놓인 면가닥을 젓가락으로 돌돌 만 그녀는 입속에 쏙 넣고 오물거리며 너무도 맛있어서 참지 못하겠다는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나는 일부러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동그랗게 눈을 떴다.


'나는 니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신입과 나는 이제 서로의 속을 훤히 꿰뚫게 된 사이가 된 것 같았다. 그녀와 나 사이는 어떤 말 못할 동업자 의식같은 것이 생겨난 듯했다. 그렇게 조성된 둘 사이의 친밀감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속생각을 알 정도라는 서로간의 믿음이 조성된 거였다.


"좀 진하게 먹으려면, 여기에 치킨 스톡을 반 큰술, 더 꾸덕하게 먹으려면 치즈 세 장, 봉골레는 해감한 생조개를 시장에서 사 오면 되거든요. 대신에 파스타 면을 삶을 10분의 시간을 버는 거죠."


이런 식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뭐든 하면 된다는 것, 하다 보면 이전에 몰랐던 분야에 쉽게 접근된다, 영원히 모른 채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작든 크던 그게 뭐가 됐던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장은 나에게 카페메뉴 구성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이 모호하게 흐느적거리는 연체동물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친 셈이었다.


그 수업이 있고 나서 신입과 나는 은근히 친해졌다. 카페로 올 때는 서로 다른 길로 왔지만 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서서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힘들었지? 오늘 우리집 비었어."


길 건너 아파트에 살았던 신입은 웃음을 참으며 은근히 나를 밀어냈다. 나는 그 보디랭귀지를 어서 너와 콩닥거리는 짓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알아 들었다. 그래서 이 다음에, 내가 만약 카페를 차린다면, 이심전심이라는 카페 메뉴를 구성하고 싶다. 메뉴에 이심과 전심이라고 쓰고 내가 서브하고 싶은 이심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손님은 나에게 전심을 주는, 바로 인터코스로 진입할 수 있는 소통메뉴다. 카페주인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이심과 전심' 메뉴 중에 하나는 이런 것도 있어야한다.


'이심 메뉴: 1. 빈집, 그 집에 가고 싶다. 전심메뉴: 2. 우리 집 비어'


가운데를 구멍을 뚫어 텅비게 만든 빈집샌드위치를 내준다. 그러면 손님은 비어 라고 외친후 내게 생맥주 한잔을 사야한다. 니네 집에 가고싶다는 말에 우리집 빈다고 했으니, 함께 맥주와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그게 뭐가 됐든 너의 집에 가보는 것. 그런 신박한 메뉴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 아무래도 두 번째 커피 클래스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ps. 두번째 커피클래스에서 받은 이심전심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것은 영숙과 함께한 당므의 클래스 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직도 침대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 그녀에게 어젯밤부터 내린 콜드블루를 건네며 물어본 적이 있다.


"너 그때, 너도 모르게 앗 씨! 했을 때 말이야, 그때 너, 갑자기 페이셜 컴샷 당했을 때가 떠올랐던 거지?"


영숙이는 대답대신 차가운 커피를 후루룩 소리가 나도록 진공청소기가 공기를 빨아들이듯 마셨다. 여기 저기 흩어진 쪼가리 옷을 주워입으며 딸이 올 시간이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일어섰다. 나는, 내가 이심으로 한 말을 그녀는 전심으로 받았다고 믿었다. 현관에서 그녀를 배웅하고 돌아와 그녀가 테이블 위에 남기고 간 커피를 마저 마시면서 벌써 열 한시 반이 지나고 있는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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