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개발에 대해 쓰려던 것이 본의 아니게 이야기가 딴 방향으로 새버렸다. 매사가 그렇다. 말이 본론에서 벗어나듯 삶은 본질과 멀어진다. 그런데, 본질이 뭐야? 그런 게 있기나 했어? 벌써 30년 전 얘기니까 영숙이도 어딘가에 잘 살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싹싹하고 말로 다 못할 매력이 있는 여자였으니까.
오늘 하려는 얘기는 본질, 아니 본론에 충실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메뉴, 카페 SCHang의 시그니처에 대한 얘기다.
우선 찰보리 식빵을 준비한다. 내가 사는 동네 큰 사거리 쪽에 나가면 줄서서 빵을 사가는 베이커리가 있다. 사거리라는 목도 목이지만 그 빵집은 종일 빵을 굽는다. 빵을 사려는 사람이 아침부터 줄을 선단 얘기다. 오븐에서 계속 빵이 나오고 있어 언제 가든 갖 구운 빵을 살 수 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특히 빵은 식으면 맛이 반감, 아니 90감된다.
종류별 코너가 6개 정도 마련되어 있고, 식빵에서 밤, 먹물 등 다양하게 부재료를 섞어 빵을 구워내는 집이다. 하나에 3천원 꼴이니 부담없이 트레이에 담을 수있다. 밀가루 때문에 중년이후 속탈이 나는 사람들, 글루텐은 위장만 망가트리는 게 아니다. 소화기 순환 회로를 망가트려 결과적으로 혈관 문제까지 일으킨다. 때문에 면과 빵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글루텐은 하루아침에 만성이 되는 물질이 절대 아니다. 나이 들어서는 습성이 되고 만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말미암아 위 절제를 하고서도 알콜을 넣고 싶은 충동, 연기를 들여마시고 싶은 충동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모두 습성 때문이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식습관을 건강한 쪽으로 길들여놔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이들어 한 잔이라도 더 마시고 싶다면, 지금 한잔 덜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소한의 절제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찰보리빵을 선택한다. 손님들에게 좋은 식재를 제공해야한다는 것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질 수 있는 신념이 될 수있다. 베이커리에서 슬라이스로 잘라달라고 해서 식빵을 가져온다. 그러면 보통 식빵 하나에 10개의 슬라이스가 생긴다. 그집 빵이 좀 작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준비물은 찰보리 식빵, 슬라이스 1인분은 두 쪽, 2인분은 네 쪽. 모두 열쪽으로 슬라이스 했으니 찰보리 식빵 하나로 5인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속재료는 수제 치즈다. 그리고, 조리기구로 샌드위치를 찍어낼 빵틀이 필요하다.
모든 재료는 즉각적으로 준비할 수 있겠지만, 치즈는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무려 수제가 아니겠는가. 집에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먼저 보여 주겠다.
서울 우유 1리터를 준비한다. 저지방, 무슨 건강 생각해서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그런 비싼 우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100% 소젖이 원료인 그 자체의 우유가 제일 좋다. 그러나 이런 우유는 법에 의거 시중에 유통할 수 없다. 쉽게 상해서 건강을 위협할 수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유를 선정할 때, 저온 살균된 것을 권장한다. 즉 유산균이 그나마 많이 살아 있어야 발효가 잘 일어나서 그렇다.
렌지 위에 속 깊은 솥을 올리고 우유 1리터를 붓는다. 불은 중불로 천천히 우유를 끓인다. 우유 속의 공기방울이 보글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하면 식초 두 큰술을 넣는다. 식초와 단백질이 만나 발효되는 온도는 15도에서 63도 사이다. 이때 식초를 넣어주어야 한다. 그러니 우유가 팔팔 끓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식초의 산이 우유속의 단백질과 반응하여 굳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콩 단백질이 산성인 간수를 만나 굳어지면서 두부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초 또한그냥 평범한 사과식초면 그만이다. 레몬을 반 개 짜 넣어도 된다. 효능은 같지만 웬지 레몬이 들어가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걱으로 계속 우유 속을 저어준다. 이건 우유에 들어있는 지방 단백질 유지방 등이 솥에 들러붙어 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적당히 몽글거리는 것이 보이면 불을 꺼준다. 그 상태에서 2분 가량 더 저어준다. 그대로 30분 이상을 방치해 두고 식힌다. 그러면 덩어리와 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있다. 덩어리는 커드(curd)이고, 물은 훼이(whey, 유청)이다. 모두 식으면 그릇에 면보를 올려 놓고 솥에 담긴 것을 부어준다. 면보로 커드를 감싸고 속에 담긴 유청을 짜준다. 이 때 커드를 잘게 쪼개듯 쥐어 짜주면 속에 머금고 있는 유청이 더 많이 배출된다. 유청의 남은 정도에 따라 치즈의 강도가 결정된다. 유청을 많이 제거할 수록 딱딱해지는 것이다.
뚜껑이 있는 보관 통에 짜낸 커드를 담고 통의 형태에 맞게 눌러준다. 스텐이나 유리 재질의 통이 좋다. 냉장 보관을 해야하니까. 차갑게 신선토를 유지해 줄 수있는 보관통이 좋은 것이다. 이때 치즈의 모양을 내기 위해 일정한 틀 속에 넣고 눌러 원하는 모양을 찍어 낼 수도 있다.
치즈 특유의 맛을 낼 때 사용하는 것이 소금이다. 소금은 우유를 끓이면서 세꼬집 정도 넣고, 커드를 만들어 보관할 때 소금물에 헝겊을 적셔 커드의 겉에 발라 주거나, 소금 자체를 뿌리듯 발라주기도 한다. 그러면 치즈에 막이 생기면서 특유의 향을 머금는다. 적포도주를 발라 붉은 색이 나게 만들 수도 있다. 샌드위치 속재료로 넣기 위해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치즈의 신선함이다. 그래서 이 치즈의 이름은 프레시 치즈다.
이렇게 해서, 재료가 준비됐으면 이제 만들어보겠다. 모든 과정은 길고 힘겹다. 결과물은 길었던 과정에 반비례하여 빠르게 나온다. 고생한 만큼 즐거움도 크다고 했던가, 공을 들인 만큼 얼른 맛보고 싶은 성급함을 보여서는 안된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린는 격이 되어 벽을 치며 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슬라이스된 식빵을 빵틀에 올려 놓는다. 흔히 빵틀을 샌드위치 메이커라고 불린다. 전기를 꽂아 쓰는 것도 있고, 가스불 위에 올려서 데우는 프라이팬식으로 된 것도 있다. 쉽게 말해 하나는 자동이고 하나는 수동이다. 어느 걸 쓰든 그건 사용자의 취향이다. 나는 두 개를 다 쓴다. 다양한 것이 좋다. 손맛이 다르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제각각인 것이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다르다. 이건 이래서 맛있고, 저건 저래서 맛있는 것이다.
첫번째 틀, 자동 메이커, 식빵 두 개 짜리-올려 놓은 식빵 위에 치즈를 한 숟가락 떠서 올린다. 치즈는 빵에 골고루 퍼지도록 듬뿍 발라준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3분에 맞춘다.
두번째 틀, 자동 메이커, 식빵 반 개 짜리-이건 뚜껑을 닫으면 식빵 한 개가 위아래로 나눠져 있던 것이 합쳐지면서 핫도그 같은 모양으로 완성된다. 속은 같다. 핫도그 분위기와 맛이 나도록 치즈위에 식빵 크기의 쏘시지를 올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명심하라. 속재료를 추가하면 계속 뭔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되면 어느 날 가게는 서브웨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걸 단순화하라. 그리고 정말 해야할 일에 집중하라. 컴퓨터를 켰으면 그걸 작동시킨 목적에 충실하면 될 뿐, 마우스를 분해하고, 와이파이를 새로 잡아 보고, 각종 비번을 체크하면서 두개골 한복판을 뜨겁게 가열시킬 필요는 없다. 휴식을 취할 때조차도 불필요한 상황에 자신을 집어 넣지 말라는 말이다. 오로지, 전적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과업에만 열중하라.어쩌면 나는 고작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 팔기 위해 숭고한 나의 작업을 뒷전에 팽겨쳐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번째 틀, 수동 메이커, 식빵 반 개짜리-이건 구워서 쇠를 달구는 맛이 있다. 아날로그란 뜻이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그 아날이 아니다. 진짜 아날은 이렇게 진짜 불 속에 도구를 집어넣고 지지고 달구면서 뜨거워지는 것이다. 그걸 온몸으로 체감하는 것이다. 도구의 틈새로 원치않는 버터가 진득하게 줄줄 흘러내릴 수 있고, 검고 붉게 변하는 무쇠 기둥을 넣었다 뺐다하는 손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행위를 하면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날은 해본 사람만 아는 그 무엇이 있다. 모든 것이 자동인 시대에 한번 쯤은 이런 잔기술도 부려가면서 먹어봐야 아날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게 된다.
네번째 틀, 완전한 아날로그, 밥공기 틀- 이건 식빵 한 개를 접어 만들 수 있고, 식빵 두개를 포개 놓고 전체가 보름달처럼 완벽한 동그라미로도 샌드위치를 찍어 낼 수있다. 먼저, 식빵 위에 치즈를 올려 놓고 식빵을 반으로 접는다. 접힌 식빵의 반을 덮을 수 있는 크기의 밥공기를 그 위에 엎어서 틀에 찍어 내듯 식빵을 찍어 낸다. 이때 잘라지는 식빵의 테두리가 단단히 접착된 상태로 분리되도록 밥공기가 만들어내는 마감선을 잘 선택해야한다. 즉, 식빵 속에 든 치즈가 마감선을 침범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기껏 찍어낸 샌드위치가 속터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건 날 것의 맛이다. 그릴에 구워지지도 않았고, 렌지 불에 태워지지도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맛, 식빵과 치즈 그 자체의 맛이다.일종의 샌드위치계의 처녀랄까?
구워진 샌드위치는 브라운 색이 입혀져 있어, 초록 잎이 그려진 접시가 어울릴 것이고, 머스타드나 케첩 소스를 접시위에 사정없이 쏴주면 된다. 밥공기 틀로 찍어낸 맨살 샌드위치는 알록달록한 화려한 접시에 담아낸다. 그 옆에 머스타드와 케첩소스를 따로 담은 새끼 종지도 함께 서브한다. 쏘스 따로, 웬지 국밥집에 가서 밥은 따로 주세요 하는 것처럼, 뭔가 있어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화려함 배경 위에 올려놓은 심플함은 고상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주안점은 음식을 맛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맛있게 보이게 하는 것, 누군들 안그렇겠는가, 다음을 기약 할 수있는 것도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란 걸 눈치챘다면 마지막까지 끝나도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닌 게 된다.
가격책정
1. 순재료비 - 6570원: 식빵 3,000원(가장 큰 사이즈일 경우 5개를 만들 수 있다.) 서울 목장우유 1리터 1병 3,570원 /5 = 1,314원
2. 설비비 - 86,250원: 샌드위치 메이커 한개용 24820원, 샌드위치 메이커 반 개용 25,900원, 아날로그 샌드위치 틀 반개용 35,550원, 감가상각비 /12 = 월 7,187원
3. 소스, 가스, 기타 비용 - 1인분당 20원
4. 수공 인건비 - 개당 1,000원
5. 마진 - 개당 1,000원
책정 단가-3,334원
개당 원가를 1,334원으로 잡았다. 한 개를 팔아서 2,000원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하루에 10개를 판다고 치면, 20,000원 수익을 올린다. 여기에 음료에서 2,000원 마진을 남기면 하루 수익은 40,000원이다. 그렇게 30일을 일한다면 나는 120만원을 번다. 여기에 월세 60만원이 고정비다. 그럼, 60만원이 떨어진다.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통신비 등 공과금을 합치면 전기 수도 합해서 10만원 잡고, 관리비 2만원, 통신비 35,000원 토탈하면 155,000원. 그럼 최최최 순이익이 445,000원이 된다.
14,834원이 내 하루 식비가 된다는 얘기다. 그것도 카페에서 먹고자고 다 한다는 가정에서 그렇다. 아침은 굶는다 손치더라도 하루 두 끼를 먹는데, 한끼 식비가 7,417원이 나온다.
식빵을 3,000원짜리 30개, 우유를 3570원짜리 30병 사야 한 달 영업이 되는데... 그렇게 재료비로 197,100원이 더 빠지네! 하루 식비 8,263원, 두 끼로 해결한다면 4,131원이 한끼 식사비다. 에라잇! 이래서야 어디, 밥빌어 먹고 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