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by 별사탕

인간은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감지하거나, 그렇다고 믿고 있을 때 가장 극단적인 기쁨의 상태가 된다. 그것을 체감할 때는 연결을 상실했을 때다.


몇번을 썼다가 고치고 다시 쓴 문장이다. 내 생각을 담는 정확한 뜻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와 시제의 선택에 신중했다. 말이 어려운 이유는 현장성에 있고, 문장의 어려움은 정확성에 있다. 둘다 안고 있는 문제는 생각과 언어의 정합성이다.


네트워크라는 말은 그물이란 뜻이다. 망. 하나의 단수에서 출발하는 연결이 그래서 더 적당한 단어선택이다. 이 또한 단지 적당한 것이지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처음에 쓰고자 했던 문장과는 다른 문장을 쓰고 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생각은 사방으로 뻗어 가지친 단어들을 일직선으로 모아 놓는다. 결국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다른 문장을 결과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처음 생각과 그것을 표현한 문장의 뜻이 일치했을 때 즐겁다. 생각은 자유롭다. 글쓰기도 그렇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문장, 글쓰기는 그런 방향으로 지정된다.


결국 내가 쓰고자하는 문장의 핵심은 나와 타자의 연결이다. 연결.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사물들과의 연결. 물건과의 연결은 서양인들에게는 도착적 소유로 나타나고, 동양인에게는 동화로 나타난다.

다시 연결. 인간은 자신과 같은 종류와 연결되기를 갈망한다. 친구와의 우정, 동료와의 사명감, 크든 작든 모든 집단을 통해 느끼는 소속감은 하나의 연결이 어떻게 네트워크로 확대되어 나가나 하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어쩌면 인간의 행복은 연결에 있을 수 있다. 단지 연결, 의외로 인간의 행복은 그렇게 단순하다.


나와 다른 것과의 연결이 이성과의 연결이다. 인간은 이것이 진짜라고 느낀다. 진짜 연결. 어찌 보면 진짜 연결을 위해 안간은 유사 연결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만들어졌다. 한 통속의 비슷한 것. 여기에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무구한 깊이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연결이다. 그것을 모두 통과해 나가야만 그 끝에 이성과의 연결이 있다. 그만큼 이성과의 연결은 지난한 목표점인 것이다.

진짜라는 것은 현실의 물리적 존재를 기반으로 한다. 그 동안의 유사 연결은 모두 가상의 연결 연습이었다. 진짜는 물리적, 물질적 연결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것이다. 관계하는 인간.

시간과 공간의 축이 정확히 만나는 지점, 그 좌표를 존재 좌표로 부른다. 그래서 존재좌표는 시공의 축에서 정확히 한 점을 말하는 것이다. 단 한번만 존재하는 점. 그래서 유한하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특징은 연속성에 있다. 한 점이 불변한 채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연속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속하기 위해 유전자는 작동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지속을 영속으로 전환시키고, 그렇게 하기 위해 연결의 기본단위에 충실하게 만든다. 연결하기 위한 동인을 이성의 연결에 두고, 이성과의 연결을 목적으로 물리적 연결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다. 그것이 이성과의 연결의 본질이다. 흥분 쾌락 만족의 연속을 통해 인간은 행복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행복기제라고 한다.

영속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작동구조를 돌려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도록 만들어 놓은 거대한 원리가 생물계의 수레바퀴다.

이런 생물학적 작동원리에 어긋난 인간, 연결되지 않은 인간은 결국 비극을 맛보게 되리라는 저주의 유전자가 염기서열 마흔 아홉번째 고리에 기록되어 있다.


나의 물리적 연결고리는 사방에 널려 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가? 나의 모든 물리적 연결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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