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랑을 기억하는 법

by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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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외

제작: 안보영

각본: 정미영, 조현철

촬영: DQM

편집: 박세영

음악: 오혁

촬영기간

제작사: 필름영

배급사: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개봉: 부산국제영화제 2022년 10월 9일

서울독립영화제 2022년 12월 3일

일반 극장 2023년 10월 25일

상영 시간: 118분


정세미와 김하은, 두 여고생은 서로 절친이다. 하은에 대한 세미의 집착 정도가 심해진다. 그것을 세미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남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그 어떤 관계보다 절대적 1순위에 두는 것, 세미는 사랑이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일방적일 때, 상대는 피곤하고 꺼려진다.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사랑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넌, 이기적이야!

하은에 대한 애정을 또 다른 절친 다애가 지적하며 맞선다. 너 때문에 하은이가 얼마나 힘든지 너는 아냐는 것이다. 세미의 사랑이 흔들린다.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수학여행 전날, 하은은 수학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캠코더를 팔아야 하는 일에 엮인 스토커 문제, 하은의 애완견이 죽어 그 슬픔이 얼마만 한 것이었는지 세미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타인의 경우를 접하고 이해하게 되는 세미, 하은의 잠정적 실종을 해결하기 위해 한꺼번에 나서는 학교 친구들의 모습, 그들의 삶은 좋아하든지 미워하든지 둘 중 하나의 감정 속에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세미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이었던 사랑이 깊어지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너가 나고, 내가 너야.

너와 나는 서로를 바꾸어도 같은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현신은 둘이 아니다. 잠에서 깨어난 세미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하은이 되는 것은 그래서 전혀 이상스럽지 않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종교적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역설한다.

서라운드로 녹음된 극장의 스피커들에서 돌아가며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 말은, 사랑해

말할 줄 모르는 앵무새에게 세미는 ‘사랑해’라고 말한다. ‘사랑해’가 객석 여기저기서 속삭이듯 들리기 시작한다. 관객에 앉은 우리가 극 속의 세미와 하은에게 낮게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린다. 실제로 객석의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하다. 그중 한 명이 나인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나’이면서 ‘너’인 존재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다.

헤어지기 싫어하는 둘의 작별, 장례식장 쪽으로 사라지는 세미, 우연인 일은 세상에 없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데, 꿈속의 숲 속에서 죽은 모습으로 누워 있던 하은이 현실에서는 세미로 바뀐다. 그리고 하은이 속에는 세미가 들어있고, 그 둘은 하나다. 너와 나, 우리 둘은 결국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둘의 사랑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 역시,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보듬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설사 자신의 존재를 브레히트처럼 생각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택에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던 것을.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제 막 말을 흉내 낼 줄 아는 앵무새처럼, 우린 속삭이듯 중얼거리듯 말해야 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다. 4.16이라는 숫자와 304라는 숫자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의 가슴속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영원의 숫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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