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아무도 가지 않아도 되는 섬

by 별사탕

감독 김미영

각본 김미영

출연 윤철(박종환 분) 지나/도맹 (이연 분)

영지(강경헌 분) 혜영(최희진 분)

촬영 이진근

편집 김미영

음악 조광호

시간 110분

수상내역

2024 33회 부일영화상(각본상)

11회 들꽃영화상(대상)

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작품상-국내)

2023 24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 남자연기자상)

2021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메가박스상)



맑은 풍광의 하늘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젊은 시절 촉망받던 청년 조각가로 잘 나가던 윤철은 지금은 과학관에 납품할 행성 모형을 제작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예술로써의 조각을 포기하고 인테리어 업자가 된 윤철이었다.

윤철과 지나, 내가 문제냐? 니가 문제지?!

딸 지나가 교실 블라인드에 그린 그림들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 불려 온 윤철, 지나는 예술에 진심이고, 윤철은 생활에 진심이다. 둘은 예술관이 충돌한다. 딸은 이혼 후 전업작가가 되지 못한 아빠의 예술혼이 나약하다고 타박한다.

미술은 마음의 배를 따라가는 일이라 길을 잃는 것이 필수일 거라고 생각한 윤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스님이나 신부가 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생각한 윤철, 딸 지나가 스님이 되었다. 그 길은 바로 윤철이 가지 못했던 길이었다.

결국 지나의 모습은 윤철의 어릴 때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윤철과 영지, 천 번은 더 전화했다

윤철에게 대학 선배 뻘되는 영지는 한국사강사다. 완치된 암환자라고 스스로 말하는 영지와 윤철은 동거하게 되고, 윤철은 생계를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 갑자기 연락두절된 윤철, 돌아온 윤철에게서 떠나는 영지는 윤철을 많이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윤철은 영지와의 생활을 정리하고 국숫집을 낸다. 다시 암환자가 되어 윤철에게 소식을 전하는 영지. 그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도맹과 영지, 인생은 원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부녀의 천륜도 별 것 아니다. 그것보다 더 별 것인 것은 인간이 지금 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났다는 찰나의 순간들이다. 그런 관계가 의미가 된다는 것은 모두 부질없지만, 만남과 헤어짐의 윤회고리는 영원히 세상을 움직이는 작동원리와 같은 것이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 우리 삶이다. 그래서 헤어짐은 다시 만날 것처럼 한다. 그렇게 죽음까지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새끼를 보호하는 멧돼지

최선의 선택이 뭔지 모른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다음에 선택을 해 보면? 보호자의 마음을 알고 보호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윤철은 도무지 알 수없다. 누구에게 맞는 자리가 어디에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어딘들, 사람에게 맞지 않는 자리란 없다는 것을.

바닷가 절벽에서 바다 가운데 저편에 있는 섬을 바라보는 심정,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먼 저 편, 이곳이 아닌 먼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쯤으로 던져두는 것. 그곳은 함께 가도, 혼자 가도,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섬이다.


사는 게, 퍽퍽하고 힘들 때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혼자 외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파도 하나에서 시작된 고난이 쓰나미가 되어 나를 덮쳐 온다면, 그만큼의 생의 위기를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만 한다. 그때가 바로 ‘절해고도’에 홀로 선 채 세상을 마주 바라보아야 할 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