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124
페루 리마에 도착해서 몸이 너무 피곤했기에, 바로 시차에 적응할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정말 몸이 막 푹 자고 싶다고 하는데도 정신이 깨어 있는 것인지 잠을 설쳤다.
'정말 사람은 습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 2시간 정도 자고 나서, 씻고 짐을 싸고 정리했다. 사장님이 카레 먹으러 내려오라고 하셔서 오늘도 아침 대신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나서 여자 사장님과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알파카 인형을 판매 중이셔서 선물용으로 한 개를 구매했다. 남미 오기 전에 선물로 꼭 사 오겠다고 약속한 친한 언니가 있었기에 가방 한편에 잘 넣었다. 사실 더 사고 싶었으나 가야 할 일정이 많이 남아 참았다.
예쁜 사장님의 따님이 오늘 아빠와 영화관 데이트 약속이 있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밖이 더워서 긴 머리를 묶어야 하는데 머리끈을 안 가지고 내려왔던 것이다. 머리끈을 가지러 그럼 또 건물을 넘어가 올라가야 해서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파우치 안에 있는 여분의 머리끈을 선물로 주었다. 남자들이 목욕탕 키 아니냐며 놀리는 스프링 고무줄 머리끈이었다. 머리 묶은 표시도 안 나서 내가 애용하는 팔찌 같은 머리끈이다.
페루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가 오후 4시라서 국내선이기 때문에 2시간 전에 도착하면 충분하다고 사장님이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1시에 50 솔 직접 결제로 우버를 불러 1시 4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헉... 어찌 된 일 인지... 체크인 줄이 너무 길었다. 뒤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안될 것 같아서 죄송하다 외치며 장애인 체크인 석으로 짐을 들고 뛰어갔다. 곧 출발하는 비행기라고 비행기 예약표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승무원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뒤에 분과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오버부킹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버부킹 이라니... 설마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오버부킹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나에게 닥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뒤에서 엄청 혼자서 짜증을 내고 화내면서 기다렸는데... 이게 뭐지?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숙소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이제 쿠스코에 간다고 좋아하면서 나왔는데 공항에서 체크인 줄에 서서 기다리면서 사실 속으로 욕을 엄청한 것 같다. 왜 이렇게 줄이 길지 뭐 하는 거지 등등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직원이 미안하다며 오늘 비행기 자리가 없고 내일 새벽 6시 반 비행기가 있다고 했다. 호텔, 식사, 택시 다 제공해준다고 했다.
일단 알겠다 하고 직원분께 폰을 빌려서 급하게 올라 페루 한인민박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쿠스코 꼼마 사장님께 오버부킹 이야기와 픽업 서비스 연기 부탁드린다고 대신 전달드려달라고 부탁드렸다.
다행히 사장님 프로필 사진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난 또 갑자기 닥 친일을 해결하는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여행지에서는 특히나 더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그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직원 분을 따라 안내받은 택시를 타고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다. 싱글룸인데 다행히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짐을 숙소에 두자 마자 4시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호텔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올레 페루 사장님한테 받은 표를 보여 드렸는데, 점심 저녁 아침 포함 표라고 알려주셨다. 공짜 음식은 놓칠 수 없다! 후다닥 짐만 내려놓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가 표를 보여주고 밥을 먹었다.
그릴드 치킨, 밥, 구운 야채 그리고 빵, 음료는 레모네이드까지 맛있게 먹고 마셨다. 특히 따끈하게 데워진 빵이 좋았다. 그리고 고기는 옳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가 먹어서 그런지, 뇌를 많이 써서 그런지 허기졌었나 보다. 나름 만족하며 먹었다.
다시 룸으로 올라오니 친숙한 삼성 티비가 있었다. 그래서 전원을 켜보았더니 유튜브 연결 기능이 있었다.
외국에서도 계속되는 덕질,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 짓게 되는 영상, 좋아하는 가수에 못 본 콘서트 영상을 찾아보았다.
피로가 누적되기도 했고, 아직 시차도 적응 못했기에 보다가 잠들어버렸다.
8시에 잠이 깨서 다시 1층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크림 파스타를 시켰는데 맛이 없어서 조금만 먹고 남겼다. 한국에서 먹는 크림 파스타가 진짜 맛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대신 따끈한 빵과 치차 모라다 라는 달콤한 옥수수차 같은 음료를 마시고 다시 룸으로 갔다.
강제 호캉스를 하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참에 쉬어 간다 생각하고 즐기기로 했다. 매우 잘 터지는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았다. 그리고 푹신한 침대에서 3시간을 더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씻고 짐을 챙겼다. 픽업 택시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호텔에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뭔가 정신없으면서도 여유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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