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육아, 입학의 문턱
눈치 보며 퇴근하는 날들.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결혼까지 달려왔다. 여전히 내 할 일만 잘하면 되었던 날들.
어느 날 세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아이가 태어났다. 여느 광고처럼 행복하고 단란한 모습을 상상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쟁 같은 현실 속 워킹맘의 퇴사욕구를 부르는 3가지 고비! 반대로 말하면 이 시기만 잘 넘기면 회사생활을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다.
1. 출산과 육아휴직.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떠난 출산과 육아휴직. 일단 내 몸이 지치고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니 이기적이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휴가라고 하기에는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든 체력과 계속되는 아이와 고군분투에 초보엄마는 눈물 날 지경이다. 이럴 바에 빨리 복직하는 게 낫지 않은가 수십 번 생각하던 날들.
어느 정도 육아에 익숙해 지자 매일 한 몸같이 달라붙어있던 아이는 조심스레 자기 세상을 찾아 한 발자국씩 내딛기 시작했다. 조금 숨통이 트이고 이제야 아이의 예쁜 모습이 눈에 담긴던 찰나. 복직이 코앞이다.
아이를 두고 회사로 돌아가려고 하니 마음이 무거운 아이러니. 나 이제 퇴사해야 할까?
2. 복직 후 워킹맘의 세계. 전쟁이 시작되다.
복직을 앞두고 친정 시댁 어른들부터 도우미 이모님까지.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아이를 양육해 주실 보호자를 찾았다. 이제 어린이집도 보내기 시작! 적응기간 매일 울고 오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 찢어지는 엄마 마음. 이제 진정한 부모가 된 것 같다.
솔직히 복직 후 회사생활이 예전 같지 않았다. 일에 집중 좀 하려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아이 걱정.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전화라도 올 때면 가슴이 훅 내려앉는다. 맞벌이라고 남편이 달라졌을까? 물론 집안 정리는 돕겠지만 아이 옷이며 어린이집 준비물이며 소소하게 챙길거리가 한가득. 모두 내 몫이다. 일도 육아도 버거움의 최고치. 진짜 퇴사해야 할까?
3.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현실을 마주하다.
첫째, 둘째까지 복직의 과정을 2번이나 겪었다. 큰 아이가 크니 좀 수월해지고 나 없이도 아이들이 잘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엄청난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온 국민을 떨게 했던 코로나!!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코로나로 유치원이며 학교며 모든 것이 멈췄다. 그 시절의 워킹맘이라면 정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절벽에 다다른 느낌이랄까.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 3시간 넘는 출퇴근 길을 만삭 때도 버텼는데 코로나의 여파는 너무나 강력했다. 출퇴근이 가깝기라도 하면 어떻게든 버텼겠지만 너무 가혹한 현실에 결국 워킹맘의 끈을 놓았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최대 고비를 마주했을 것이다. 3월이면 적응기간이라 12시면 끝나고 길어봤자 4교시. 돌봄이라도 당첨되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1학년부터 학원 뺑뺑이의 시작이다. 마지막 퇴사의 고비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나의 경우 퇴사를 선택했지만 이 3가지의 고비를 잘 넘긴 동료들은 아직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만약 워킹맘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엄마 회사 근처에 거주지를 정하거나 주 양육자 옆에 거주하길 추천한다. 아이에게는 늘 비상상황이 발생하기에 달려가줄 누군가가 있어야 회사생활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퇴사 후 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회사가 전쟁터였다면 회사 밖은 더 가혹한 세상. 하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진짜 내 세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