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때문에 퇴사하고 육아를 탓하다.
퇴사의 이유였던 육아. 그것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아이를 잘 키우려고 퇴사를 했으니 어쩌면 육아에 올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동안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잠자기 전 1~2시간 정도. 퇴사한 후 그동안의 미안함을 다 갚아주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을 위해 올인하기로 결정!
일단 뭐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각종 육아서를 읽으며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냈으니 비싼 영어 전집을 선뜻 구매했다. 그때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안함과 미안함을 갚기 위한. 어쩌면 나의 만족이었을지 모른다.
솔직히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워킹맘이라고 생각했다.
출근 후 오전시간 화장실에 들르면 숱하게 들리는 아이와의 통화소리.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스로 등교하는 아이. 혼자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들. 그에 비해 전업맘은 아이들 등교 후 자유시간도 있고 수월할 거라는 착각 속에 있었다.
내가 전업맘이 되고 알게 된 이 세계는 더 치열한 세상이었다!
아이 등교 후 집안 정리 한바탕 하고 나면 아이 픽업 시간. 이어지는 학원 스케줄 라이딩.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함께 놀려면 아이들 엄마랑도 친해져야 한다. 이미 친해진 무리 속에 갑자기 낄 수도 없고. 내향인 엄마는 아주 불편한 마음으로 아이들 노는 모습만 애써 웃으며 바라본다.
아이들을 따라다니고 밥먹이다 보니 하루가 지나갔다. 엄마들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것도 어느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갑자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진심의 목소리!
내가 이러려고 퇴사했냐!
차라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청개구리도 아니고 퇴사하니 다시 회사가 그립다고? 워킹맘일 때는 나의 일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귀한 일임에도 나를 잃어가는 불안감. 내 안의 불만은 결국 아이들을 향한 짜증의 화살로 돌아갔다.
불평 가득한 내 모습을 마주한 순간 뒤통수 한 대를 맞은 느낌.
"이게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순간. 결국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나 자신이 없어지면 가정이 행복할 수 없다. 언제가 끝이 나는 육아에 올인할 필요도 없다.
퇴사한 전업맘이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일까? 아이가 나의 필요를 떠났을 때. 내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생각에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지금은 평온하다. 아이를 보낸 후 엄마들의 관계에 신경 쓰기보다는 나를 채우는 일에 힘을 다한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필요한 공부를 한다.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때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이다.
우리 딸들도 훗날 행복한 엄마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행복을 찾는 일에 더 열심을 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