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베리 치즈케이크' 라는 이름의 맥주
예상치 못했던 따뜻한 환송
주말이면 자주 들르던 동네 수제 맥줏집이 있다. 무뚝뚝한 주인장이 '올 테면 오고 말라면 말라지 '식으로 툭 한 잔 내어주는 맥주집이다. 직접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발굴해 판다. 덕분에 소비자로써 새로운 맛 맥주를 기대하는 주말들을 보냈다.
다음 주 우리 가족은 이사를 간다. 강을 중심으로 동쪽 지역에서 서쪽 지역으로 이동한다. 자동차로 한 시간, 멀지는 않지만 자주 오고 가기는 힘든 거리로의 이동이다.
이사 전 마지막 주말. 다시 그 맥줏집을 찾았다. 오늘은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맥주'가 있다. 단 술 싫어하는 나는 "뭔 맥주 이름이 이래요" 시큰둥했다. 주인장이 무심히 맛보기용 한 잔을 내어주는데 오~ 내 입맛이다. 라즈베리향이 슬쩍 코 끝을 스치고 지역 홉으로 만들었다는데, 양조장 여주인이 라즈베리를 무척 좋아한단다. 얼른 주문해 받아 든다.
"이제 이사 가서 자주 오기 힘들 것 같아요" 말하니 이 주인장이 '왜 이사를 가냐', '아쉬워 어쩌냐' 수다쟁이가 된다. 7년째 맥주집 운영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주인장이 자기 이야기를 이리 스스럼없이 나눌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심통난 듯한 얼굴이었는데 말이다.
깨끗이 한 잔 비우고 "안녕" 인사하니 나에게는 악수를, 남편과는 포옹을 청한다. 무심한 듯했던 아저씨가 알고 보니 정 많은 아저씨였다.
예상치 못해서 더 따뜻한 환송이었다.
이 동네가 그리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