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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Jul 03. 2024

건강과 편의성,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방법 있을까요

영국서점가에서 다시 주목받는 초가공식품 UPF

신생아인 딸 아이가 젖병으로 분유를 마시고 나면 꼭 트림할 때까지 등을 토닥여줘야 했다. 속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인 나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려무나”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요즘 이 신생아 때부터 해내던 일들을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과체중과 같은 신체 불편, 불면증, 순환기 장애, 정신적 어려움 등등 현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본적인 삶의 루틴이 깨진 경우가 많다. 쫓기듯 바쁜 일상이 문제라고만 하기에는 이유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바쁘게 살아온 때가 어디 지금 뿐이겠는가.


영국은 오늘(7월 4일) 총선거 날이다. 각 당들마다 사활을 걸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총력전이다. 선거 공약 중 공통점이라면 NHS(국가건강시스템) 개선이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의료진이나 시설이 부족해서, 국비로 건강관리가 이뤄지는 영국은 요즘 시스템 과부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더 많은 기금 마련, 전문 인력 보강으로 시스템을 키우는데 힘쓰겠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시스템보다는 이렇게 성인병이 많아지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즘 영국서점가의 유행 키워드는 초가공식품 UPF(Ultra Processed Food) 다.


CBBC Operation Ouch Image by BBC


CBBC라는 BBC 내 교육채널이 있다. 한국 EBS와 같은 방송인데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쌍둥이 형제 의사들이 여러 가지 상황극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건강에 대한 주제들을 쉽게 설명한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


두 형제 중 한 명인 닥터 크리스(Dr. Chris van Tulleken)는 옥스퍼드에서 의학 학위를 받고 분자 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부교수이자 감염병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고, 방송, 책 집필 활동을 하는 유명인이다. 


닥터 크리스(Dr. Chris)가 4주간 먹는 음식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실험을 한다. 이 과정과 결과를 통해 얻은 몸의 변화를 경험적, 임상학적으로 서술한 책, <<초가공된 사람들(Ultra Processed People)>>이 인기다. 친숙한 이미지와 더불어 가장 쉽게 설명되어 있어 나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영국 서점가 식품관련 베스트셀러 초가공된 사람들(Ultra Processed People) @세반하별


책 내용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닥터 크리스는 오븐에 넣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미리 조리된 후라이드 치킨을 베어 문다. 바삭하고 짭조름하니 맛있나 보다. 그는 눈 깜짝할 새 치킨 세 쪽을 맛있게 먹고는 더 없는가 찾는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즉석 식품 중에 리조토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며 웃는다. 그 밖에도 아침식사 시리얼, 냉동 피자 등 실험 기간 내내 가공식품들을 맛있게 먹는다.  시판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마무리 음식까지 알차게 먹는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별로 배부르다고 느끼지 않는, 오히려 더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식단 실험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배변이 쉽지 않아 답답해한다. '엉덩이가 땅콩으로 꽉 막혀 있는 기분'이라고 하는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뒤척이다 잠이 들고는 새벽에 가슴이 타는 듯한 기분, 두통 등으로 다시 깨어난다. 설친 잠이 다시 오지 않고 입이 심심하니 다른 간식을 찾는다. 누적된 피로로 몸은 무겁고, 짜증이 늘고,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반복된 일상을 보여준다.


https://youtu.be/T4PFt4czJw0?si=HMVMveQgZ2FwLi1h

먹는 음식의 80% 가공식품으로 채우기 실험중인 Dr. Chris by BBC


4주 후, 피검사와 뇌 스캔을 통해 임상 실험 결과를 관찰해 본다. 우선 체중이 일주일 사이에 6.5kg 증가했고 그중 체지방은 3kg 늘었다. 정상 체중이던 크리스는 과체중군으로 이동 중이다. 혈액 속 배고픔 호르몬은 30% 증가했는데 반해 만족 호르몬은 감소했다. 포만감은 줄고 더 먹고 싶은 식욕이 증가한 이유다.

다음은 뇌 뉴런 활동을 살펴본다. 기존 뉴런 간의 융합활동 이외에 더 많은 회로 활동이 일어나는데, 호르몬 착시현상으로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음식을 찾는, 흡사 중독자의 뇌 MRI 사진과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가공식품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뇌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단 4주만의 결과라 가히 충격적이다.


초가공식품에는 섬유질과 수분이 부족하고, 염분, 당분이 과하게 들어 있다. 여러 가지 식품 첨가제는 식품 보관, 조리를 쉽게 하기 위해 쓰이는데 한 전문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크리스, 초 가공식품은 음식이 아니라 그냥 식용 가능한 가공품일 뿐이야”


오늘 저녁은 평소에도 자주 해먹는 토마토 파스타다. 시판 미트볼을 사다가 다진 야채와 볶다가 토마토 병소스를 부어 자작하게 끓인다. 그 옆에는 파스타면을 삶는데, 면의 심지가 약간 살아있는 상태에서 소스팬에 부어 잘 섞는다. 치즈 갈아 넣고 나면 완성이다. 이 책에 따르면 내가 넣은 야채 이외의 모든 재료가 가공식품이다. 마트에서 사 먹는 식빵, 파스타도 가공식품에 속한다니 당황스럽다.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


성인병 없이 건강한 삶은 놓칠 수 없는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실현불가능한 목표는 되려 포기를 낫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설탕과 소금 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방법 찾기, 한 그릇에 포함되는 가공식품 비율을 조금씩 줄여가기, 입이 심심하면 야채 먹기, 주말마다 한 주간 먹을 재료를 미리 밑 준비해 놓기. 정말 건강에 나쁘다는 식품첨가물 몇 개는 알아뒀다가 물건 살 때 그 제품은 피하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말은 쉽지만 실행이 관건이다.

더 나은 방법 추천해주실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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