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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Aug 07. 2024

러시아 여행에서 만난 적 없던 러시안 샐러드

스페인에서 만난 러시안 샐러드 Salade Russe

휴가를 떠난 스페인 알리칸테는 뜨거운 태양이 하루종일 내비치는 곳이었다. 영국 서늘한 날씨에 익숙하던 나는 첫날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콘도미니엄 단지 내 수영장에서 더우면 수영하고, 피곤하면 썬베드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여름휴가의 백미를 즐겼다.


예전에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이라 하면 빡빡한 일정에 문화유산을 돌아보며 만족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누워서 질리도록 책 읽다가 낮잠도 자고, 끼니 시간이 아니라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그런 휴가가 좋아졌다.

그날도 까무룩 썬베드에 누워 잠이 들었다가 등판이 따끔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다. 나는 부동자세였지만 해님은 열심히 공전 중이어서 헷볕이 파라솔 밑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시계는 거의 오후 다섯 시. 이젠 슬슬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다.


얼른 저녁 먹으러 나갈 준비를 마친 우리 가족은, 출출하기도 하고 목도 마른 것 같다. 콘도 근처 펍으로 향한다. 다들 배가 고파 의자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비치된 메뉴판을 살펴본다. 음식주문 준비를 마치고는 주문받으실 분이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린다.


바 주인은 마음씨 좋게 보이는 인상에 웃으며 주문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서로 메뉴판 음식을 말하자 손을 흔든다. 저녁 일곱 시에나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잊었다. 스페인에는 씨에스타(Siesta) 문화가 있다. 날이 너무 더워 오후 두어 시간 쉬는 전통이다. 저녁 서빙 준비까지 합하면 거의 네 시간 정도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다. 일곱 시나 되어야 주문이 가능하다니. 저녁 다섯 시 반이면 배꼽시계가 울리는 우리 집 식구들은 머쓱하게 서로 바라보고 웃는다.

어쩐다. 역시 언제나 방법은 찾으면 나온다. 바 옆 조그만 진열장에 간식류가 보인다. 삶은 감자를 계란말이에 넣어 한국식 그것보다 더 두툼한 스페니쉬 오믈렛이 있고, 닭봉 김도 있다. 그 옆에 다른 메뉴가 하나 더 있다 . 꼭 감자샐러드 같은다른 사람에게 서빙되는 모습을 보니,  생선 냄새도 나는 것 같고 평소 보던 그 감자샐러드가 아니다.
 

주인장의 짧은 영어와 우리의 더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 이름은 '러시안 샐러드, Salade Russe' 몇 년 전 시베리아 횡단 여행 때 보지 못한 음식이다. 레시피를 물어보니 참치, 삶은 계란 으깬 것, 걸킨이라는 유럽 사람들 먹는 오이장아찌와 갖은 야채를 다져 마요네즈 소스 넣고 버무린 거라 한다.


생선 냄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짝꿍도 역시 배고픈 데에는 장사가 없다. 한 그릇으로는 부족해 한 그릇을 더 주문한다. 위에 조그만 바게트 모양의 과자를 샐러드에 몇 개 꽂아 주는데, 등껍질에 뿔 솟은 악어 같기도 하다.


우선 요기꺼리를 좀 먹고 나니 다들 한껏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러시안 샐러드' 맛에 젖어든 우리 식구들은 그 후로도 식전 음식 마냥  몇 번을 더 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도 상상되는 맛일 것 같습니다. 한번 만들어 보시기를. 간식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그만입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8179&docId=5868059&categoryId=48242

러시안샐러드 레시피 발췌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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