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녕 학교도서관 사서가 할 말이 맞는 걸까 싶으면서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총 세 번, 퇴사를 고민할 정도의 대위기를 맞이했고, 이것은 그 첫 번째 기억에 관한 글이다. 믿기지 않게도 3월이었고, 도서관을 개관한 지 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때는 도서관 프로젝터를 고치고, 1학년들을 대상으로 도서관에서 신나게 이용자 교육을 진행하던 시기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이용자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매우 기뻤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미 1학년 한 반을 앉혀놓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반이 더 들이닥친 것이다.
정말이지 무슨 일인가 싶었다.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서 멍하니 보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었다. 독서 활성화를 위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 짝꿍'(가제)이라는 사업이 있고, 이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래, 좋은 취지의 사업이다. 근데 그게 도서관에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싶었다.
"선생님, 지금 1학년 이용자 교육 중이라서 이용이 어려워요. 그리고 두 반이 한 번에 이용하기에는 자리가 부족해서 안 될 것 같아요."
"저희 학년이 쓰는 날인데요? 저희 이거 독서 짝꿍 해야 되는데."
나도 모르는 학년별 도서관 이용 수업 시간표를 언급하며 고집을 부리는데 정말 황당했다. 점점 굳어지는 표정을 애써 풀어가면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도 말이 안 통했다. 그때 1학년 선생님께서 그냥 자신이 갈 테니 다음에 다시 잡아달라고 하셨다. 누가 봐도 1학년 이용자 교육이 우선인 상황이었지만,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내가 붙잡을 명분은 사라졌다.
결국 1학년이 물러나고 두 학년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점령했다. 다음 시간에도 이용자 교육이 있었지만 당연히 진행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1학년 부장 교사로부터 전화까지 왔다.
"아니 우리가 먼저 잡혀있었는데 무슨 소리야?"
"선생님, 저도 이해가 안 가요. 근데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얘기 나누시고 끝내셔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해보니 그 사업은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며 나만큼 화를 내셨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건지 공감해주는 분이라서 말이다.
다음 시간에 온 반은 더 심했다. 두 교사가 친한지 애들이 뭔 짓을 하건 신경도 안 쓰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도서관은 시장 바닥이 된 지 오래였다. 뛰고, 소리 지르고...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땡땡땡-
오래된 금속 종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그제야 모두가 입을 닫고 멈춰서 그 소리의 시작점인 내게 집중했다. 완전 추억의 물건이라며 보고 웃었던 그 종을 개관 3일 만에 분노에 찬 손으로 울리게 될 줄은 몰랐다.
"얘들아, 누가 도서관에서 소리 지르고 뛰어다녀. 다치니까 뛰지 말고, 책 한 권씩만 가져다가 읽으세요. 다 읽은 책은 아무 데나 놓지 말고 책수레에 놓고."
당시 도서관을 정리하느라 먼지를 많이 먹어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었지만, 효과는 꽤 나쁘지 않았다. 교사들도 그 후로 내 눈치를 조금 보는 듯했고,아이들을 말할 것도 없이 조용해졌다.
솔직히 그날은 누구든 붙잡고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든 감정을 누르고 종을 울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던 게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모든 폭풍이 지나가고 오후에 장문의 메신저를 전체 교사에게 전송했다. 도서관 수업은 미리 연락해서 물어본 후 진행하라는 내용이었다. 내부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겹치는 경우에는 조율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다 떠나서 관리자가 상주하는 특별실을 쓰기 전에는 허락을 구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었지만 또 한 번 참고 공손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걸 쓰면서, 왜 내가 교육자를 대상으로 이런 기본적인 걸 안내하고 있을까, 현타가 왔다.
가장 화가 났던 건, 내가 바라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되는데도 해결이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일부 교사들이 가진 이기심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날이었다. 충격적일 정도로 말이 안 통했고, 뭐든 자신의 뜻대로 굴러가는 게 당연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