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도쿄>로 떠나는 도쿄 여행
밤을 새우다시피한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북트레일러 촬영을 하기 위해 도쿄에 가야하는데 며칠을 고민해도 컨셉과 스토리라인에 대한 시상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비법을 전수하는 강원국 작가는 시간에 쫓길 때 꿈에서도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경지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영감을 찾기 위해 그동안 스크랩해둔 동영상들을 보고 또 보며, 단서들을 하나씩 모았습니다. 그리고 영감의 조각들을 바탕으로 컨셉과 스토리라인을 정리했습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북트레일러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책과 여행을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퇴사준비생의 도쿄>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맞닿아 있고 도쿄 현지 로케를 통해 책의 내용을 더 생동감있게 전달할 수 있는 틀이기에, 밤새워 고민한 4가지 안 중에 팀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안으로 결정했습니다. 대략적인 컨셉과 스토리라인은 잡았지만, 시간이 없어 세부 장면에 대한 구성까지는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촬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각 목적지 별로 어떤 컷이 필요할지에 대해 촬영 감독 역할을 한 김주은 디렉터와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7월 24일의 일입니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비내리는 날씨 때문에 촬영에 애를 먹었지만, 기존에 보지 못했던 북트레일러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촬영을 담당했던 김주은 디렉터와 정성은님은 컷들이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장면들을 촬영했습니다. 만족스러운 컷이 나올 때까지 반복을 거듭한 것은 물론, 크리에이티브한 컷을 찍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6일간의 촬영기간 동안 단 하루만 파란 하늘이었는데, 그 하늘을 배경으로 담으려고 땀범벅이 되어가며 2만 6천보를 걷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모은 영상의 조각들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와 세부 콘티를 짜고 스토리텔링을 입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북트레일러 작업은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 투성이었지만, 처음이었기에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 비용의 제약을 밀어올리진 못해도, 편집 역량의 한계를 끌어올리며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습니다. 촬영 감독 역할을 하며 영상 촬영과 선별에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김주은 디렉터와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준 민세훈 디렉터, 최경희 디렉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디테일한 편집 요청을 이해해 준 정성은님이 없었다면 북트레일러 완성은 요원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작업 스타일과 다른 방식의 영상을 소화해준 정성은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60여일간의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쳐, 드디어 <퇴사준비생의 도쿄> 북트레일러를 공개합니다. 도쿄 여행에 대한 낭만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