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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Jul 22. 2023

말없는 테라피스트-꽃

꽃들이 주는 컬러테라피

마당 공사를 하고 나니  잡초와 흙먼지를 수시로 제거해야 하는 일이  어느 정도 느슨해져서 좋았고

푸릇해진 마당을 보니  한동안 맘이 시원했는데 요즘 들어  조금 밋밋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며칠 전 남편의 친구가 놀러 오며 선물로 페튜니아(아기나팔꽃)를 사 와서 집 앞에 놓아두었는데

단조롭던 마당에 포인트가 되면서  너무나 예뻐 보였다.

 사실 난 꽃을 참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꽃꽂이도 배워보고 싶지만  가격이 조금은 부담되고 금세 시들어버리니 정말 꼭 사고 싶을 때만 집안에 꽂아 놓을 꽃을 사곤 했다. 근데 야외에서 예쁘게 커가는 페튜니아를 보니 가격도 그리 안 비싸고 오래가는 걸 보며  몇 개 더 사 와야지란 맘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강아지 산책을 마치고 꽃을 사러  집 근처  Lowe's로 향했다. Lowe's는 건물 안에선 각종 건축자재나 가드닝제품들을 주로 팔고 건물밖에선 식물들과 꽃들을 파는 매장이다.

양재 꽃시장 구경 가는 것 마냥 설레는 맘으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오디오 북을 들으며  집을 나섰다.


15분 정도를 걸어 Lowe's에 도착했다.

매번 저녁시간에만  오다가 아침에 와서 본  꽃들은 느낌이 참 새로웠다.

들어서는 순간 막 아침 샤워를 마친 듯이 물을 머금은 꽃들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며  알록달록 무지갯빛 꽃들이 내 눈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평소 무채색의 옷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좋아하고 컬러풀한 것에 그리 큰 호감이 있는 편이 아니었던 나인데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오색빛 불꽃놀이가 터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여러 가지 맛의 상큼한 과일 주스들이 눈을 통해 수만 개의 시신경으로 쭉 빨아들이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내가 너무 무채색 위주의 사물들 속에 살고 있었나? 황홀하고도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요리조리 꽃들 사이를 구경하고 살펴보다 너무 늦게 가면 남편이 걱정할 듯하여 제일 건강해 보이는 페튜니아를 두 개  구입하고 매장을 나왔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컬러 테라피라는 게 이런 걸까?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봤다.


1. 근원의 생명의 색, 빨강

빨간색은 시상하부에 있는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아드레 날린을 분비한다.

살아갈 힘을 자극하는 근원적인 생명의 색이다.

2. 고요한 내적 평화, 파랑

파란색은 심리적으로 가장 편하게 하는 색으로 뇌를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맥박 감소, 호흡을 깊고 길게 유도한다.

3. 마음의 휴식, 초록

초록은 균형, 중심, 조화의 색으로 인체에 유익한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킨다. 혈액 히스타민 수준을 올려 혈관을 팽창시키고 피부 손상 시 손상부위를 호전하는데 도움을 준다. 집중력을 높이는 색.

4. 밝은 에너지와 희망, 노란색

노란색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합성을 촉진해 만성 피로를 완화시켜 준다.

-컬러 테라피, 색이 우리의 마음에 말을 걸어올 때 중에서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하,

 뇌가 가장 많이 활성화되는 아침시간에 본  형용색색의 꽃들의 색들이 내 눈을 통해  내 정신과 마음을 톡톡 자극하여 잠자고 있던 여러 호르몬들을 깨워준 건 아닐까?


나름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 나는 며칠 전부터  조깅코스에 lowes를 추가하게 되었다.

멀리 있는 식물원이나 가든을 굳이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 있는 이 매장이  나에겐  힐링을 주는 집 앞 정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들러 예쁜 꽃들을 바라보고 물기를 머금은 식물들 사이를 걷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거기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형용색색의 꽃들이 말없이 고요한 테라피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꽃들과 식물들이 참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느껴진다.


집에 데리고 온 페튜니아들은 햇빛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고 키우기도 쉬운 편이라고 한다.

이 여리여리한 식물이 찌는듯한 여름날씨 속에서도 꿋꿋이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 주는게 고맙다.

기특한 맘으로 아침저녁으로 주는 물을 쫙 빨아들이는 흙을 보면 내 갈증이 해소되는 듯 시원하다.

종종 영양제와 얼음도 같이 주며 이 예쁜 꽃들이 오래오래 잘 자라길 바라본다.


꽃의 가격이 비싼 데는 키우는 데 드는 노력도 포함이 되겠지만 꽃이 사람에게 주는 힐링의 힘이 정말 크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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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조용한 위로와  힘을 받고 싶은 당신,
가까운 꽃시장이나 공원에 가서 말없이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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