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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Dec 08. 2023

조깅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것들

오늘도 30분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다.

1년 조금 넘게 30분씩  조깅을 하다보니 이젠 어느 정도 습관화가 된듯하다.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거창하지도, 몇시간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짧다면 짧고 게을러지면  한없이 긴,

30분의 시간이

집순이인 나에겐 작은 성취감과 땀 흘리는 개운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루틴으로 내 삶 속에 정착해 가고 있다.


기안 84도 유일한 취미이자 운동이 조깅이여서  여행지에 갈 때마다 아침마다 운동화를 신고 동네 구석구석을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조깅이란 동질감이 들었는지 나도 언젠가 여행을 가게 되면  하나뿐인 조깅화를 챙겨가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낯선 곳을 내 동네처럼 설렁설렁 뛰며 구경하고픈  작은 로망이 생겼다.


그래도 운동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힘이 드는 법...

그리하여 조깅하는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본 나의 소소한 방법들이 있다.


1. 편안하고 가벼운 운동복

내가 좋아하는 얇고 가벼운 티셔츠와 반바지 레깅스를 입는다.

스케쳐스 레깅스는 코스트코에서 샀던 긴바지였는데 답답해서 반바지로 잘랐다. 배부분을 잘 잡아주고 신축력도 쫀쫀해 뛸 때도 편하다.

 티셔츠는 세일할 때 5불에 산 것,샌디에이고에서  4불  주고 산 티셔츠를 번갈아 세탁하며 입어준다.

비싼 운동복보다는 저렴해도 나에게 편한 운동복이 최고다.

옷이 덥거나 답답하면  내 맘대로 소매를 자르거나  반바지로 만들어 버리는데도 부담이 없다.


2.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운동에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리스트는  에너지 부스터와  같다.

 저녁때 앉아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들을 소중하게 차례차례 저장해놓으면  내일 뛰면서 들을생각에  좀 설렌다.  음악과 오디오북은 운동의 고통을 덜어주는 고마운 천연 부스터제이다.

물론 몇 번 같은  플레이 리스트를 듣다 보면 효력이 점점 떨어져 또 다른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야 되긴 하지만 :)


3. 조깅하며 보는 계절의 변화와 집구경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을 보는것도  조깅이 가지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최근엔 단풍이든 나무들과 여러  열매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라데이션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예뻐 뛰다가 멈춰 서서 몇 장 주워보기도 한다.

물감으로는  나오기 힘든 예쁜색의  낙엽들이 너무나  흔하게  길가에 흩뿌려져 있다.

이름 모를 작은 열매들도 귀엽다.

 동네 다람쥐와 토끼들이 따먹으려나?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흔한 것들에게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조깅을 하며 계절마다 대문을 장식한 집들을 구경하는것도  재미있다.

장식을 보면  집주인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어제는 한집을 지나가는데 할머니 한분이 집 앞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열심히 꾸미고 계셨다.

커다란 메일함을 마당에 놔두고

'이곳에 산타에게 보낼 편지를 넣으세요'

라는 팻말을 세워놓으시는데

 나도 왠지 카드를 써서 넣어 놓고 싶은 맘이 들었다.

저기에  내 사연을 넣어두면 할머니가 산타 할아버지의 맘이 되어 글을 읽어주시는 걸까?

아이들을 위한 메일함에 웬 아줌마가 편지를 넣어놨지, 놀라시려나 ㅎㅎ

사람들과 좀 더 소통하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하기도 했다.

4. 조깅 끝에 좋아하는 마켓 들리기

조깅하는 김에 상점에 들리는 것도 조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Aldi 마켓이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Aldi 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커지고 있다.


Aldi 가 저렴한 이유는 꼭 필요한 소수의 제품군만 선택하여 판매, 재고관리를 위한 비용을 줄여서라고 한다.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역시 적다.


조깅을 마치는 길 끝에  내가 들리고픈 마켓이 있으니 뛸 맛이 난다.

많이는 말고 오늘 하루  남편이랑 간식으로 먹기 적당한 한두 가지만 사 보기로 한다.


둘러보다 보니 그 유명한 ,겨울에만 나오는 슈톨렌이 눈에 딱 띄었다.

다른 마켓에선 구하기 힘들어 못 먹어봤었는데 여긴 수북이 쌓여있네..!

7달러. 맛이 궁금해서 오늘 먹어볼 것과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이 모이면 먹어볼 것 해서 두 개를 사보았다.


슈톨렌은 1~2년 럼에 절인 건조 과일과 견과류, 설탕 페이스트를 반죽 안에 넣은 빵인데 ,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버터에 담그는 과정을 3번이나 하고 슈거파우더를 뿌리기 때문에 칼로리는 매우 높으며,

버터와 과일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하고 풍부해져 아주 얇게 잘라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정말 처음에 두껍게 먹을 땐 무슨 맛인지 모르겠었는데 얇게 잘라서 먹으니 고소함 과 과일향의 조합이 맛있었고  따뜻한 거보다  조금 차갑게 먹는 게 더 맛있었다.


비록 오늘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보다 슈톨렌으로 섭취한 칼로리가 더 높을지언정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 했는데.. 그래 뭐, 내일도 또 재밌게 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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