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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TRUE Sep 25. 2017

무제

겪어 보지 못한 경험 속에서 인애하다 보면 견고하게 세워질 거라 믿었던 날들, 왜 결국에 우린 경험하지 못했을까보다는 왜 우린 그렇게 연약했을까 하는 생각, 서로를 품에 안고 서로의 눈물을 건네주던 밤, 우리 추억 속에 엄연히 상주하는 그 지겨우면서도 간절한 사랑의 습작, 볼품없이 이지러져버린 우리의 얼굴, 각자가 몰입하던 일에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냐 말했던 가벼운 믿음, 끝까지 이뤄낼 수 없던 미약한 추구,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 그 위에 놓인 빵과 잼 그리고 버터, 그 사이를 유영하던 충만한 아이러니, 더러는 시름없이 네 삶이 내 삶인 양 생각하던 시절, 고의성이 없던 사랑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되 사랑으로 덮어버리면 안 된다는 고집, 결코 도피하지 않겠다던 거짓된 약속, 결국 일어나고야 만 보복, 상한 갈대를 꺾지 않겠다던 결의,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겠다던 다짐, 이 모든 것들이 거짓 하나로 통용된다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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