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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심히사는물고기 Jan 30. 2019

좋은 요가 선생님의 공통점 5가지

초보 요기니가 여러 선생님을 만나며 느낀 점

여러 운동(보통은 수련이라 하지만) 중에서도 내가 요가를 제일로 꼽고 좋아하는 이유는 아사나(산스크리트어로 요가 체위를 뜻한다)의 성취만이 아니다. 요가를 통해 자각의 단계에 진입하여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순간 덕분이다. 아직은 요가 초보자에 불과하지만 작년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거치며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뭐든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의미하는 요가는 종류도 다양하고, 사상이나 철학처럼 정의도 다양하지만 조심스레 말하자면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과 의도는 현재에 머무르고자 하는 자각의 상태다. 결국 좋은 선생님은 수련자들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고 말할 수 있다.


아직 초보 요기니 (산스크리트어로 요가하는 '여자'사람을 뜻한다)인 나의 초보 수련 경험을 빌어 얘기한다면, 좋은 선생님의 공통점 5가지는 쉽게 얘기할 수 있다. 수학이고, 영어고 초보자에게 기초 알려주는 게 보통 쉬운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초보자 입장에서 (티칭을 잠깐이라도 배웠던 사람의 입장에서 + 직업병에 걸린 교육 기획자로서) 좋은 요가 선생님의 공통점을 얘기해 본다면-


1. 수련의 시작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수련의 의도를 세우게끔 돕는다


Photo by Jean-Frederic Fortier on Unsplash


어느 정도 수련을 하는 숙련자는 매트 위에 올라감과 동시에 호흡과 함께 자연스레 그 시간 수련의 의도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몸에 집중하는 행위, 심지어 호흡에 집중하는 일 자체를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의도를 세우라는 가이드 (ex. 오늘 수련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기를 멈춘다 등)가 큰 도움이 된다. 수련의 시작에서 의도를 세우는 행위는 여행의 목적지를 찍는 일에 비견할 수 있다.수업마다 수련의 의도에 대해 가이드해주셨던 선생님들 덕분에 나 또한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의도를 세울 수 있었다.


2. 목소리는 명료하되, 학생들의 집중을 흩뜨리지 않는 선에서 나긋나긋하게 말한다

Photo by Kristina Flour on Unsplash

나 또한 처음 티칭 연습을 할 때, 다른 동료들이 내 설명을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발음을 뭉개지 않으려고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나처럼 발성했던 선생님의 수업을 경험해보니 티칭 연습할 때 내게 AI 같다고 말해준 동료들이 떠올랐다. 부자연스러운 발음이 수련자들의 집중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목소리 볼륨의 경우, 힘든 하루 업무를 마치고 매트 위에 선 나에게는 선생님의 화이팅 넘치는 목소리가 거슬리고, 힘들었다. 소리를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의도는 알겠으나 목소리 때문에 오히려 집중이 힘들었다.


3. 티칭 시, 아사나는 생략하거나 뭉개서 말하지 않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Photo by Charl Folscher on Unsplash

대부분의 아사나가 '~사나'라고 끝나고, 산스크리트어라 선생님 입장에서는 데모를 하며 발음하기가 쉽진 않다. 이 때문에 아사나를 좀 더 직관적으로 풀거나 영어면 영어, 산스크리트 어면 산스크리트어, 직관적 설명이면 직관적 설명으로 통일하여 티칭 하는 선생님이 많다. 하지만 일부 선생님 중, 지식의 저주로 요가 입문자만 많은 클래스에서 별도의 구체적인 설명 없이 데모와 아사나 이름을 일부만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마시는 숨에 (호흡)- 양손을 하늘 위로 (직관적인 동작 설명)- 우르드바 하스타아사나 (산스크리트어)"라고 말하는 게 정석이라면, 그 선생님은 아사나를 시연하며 '우르드바~'로 끝내서 초보자가 대부분인 수업에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호흡도 언급하지 않고, 아사나를 대충 말하게 된다면, 결국 수련하는 사람은 1) 호흡을 통해 집중할 수도 없고, 2) 내 몸을 느낄 세도 없이 선생님만 맹목적으로 따라 하게 되고, 3) 결국 아사나의 정확한 명칭을 모르게 된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도록 호흡과 명칭은 제대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4. 핸즈온은 치고 빠지는 일을 잘해야 한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아무리 말로써 가이드를 해도 선생님의 핸즈온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요가 수련 시간 동안 핸즈온을 받을 때면, 내게 처음으로 핸즈온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귀한 가르침이 생각난다. "핸즈온은 치고 빠지는 일을 잘해야 해요."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이런 말이었다. 티쳐가 수련하는 사람들의 동작이 탐탁지 않아 보여도 1) 학생들이 스스로 해볼 수 있게 기다려주고,  2) 질문하며 한 번 더 인지하게 만들고 (ex. 숨은 쉬고 있나요?, 양 골반이 삐뚤어지진 않았나요?), 3) 그래도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불쾌함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빠르게 다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다림이고, 선생님의 성급함이 오히려 학생들을 주눅 들게 하거나 불쾌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5. LESS IS MORE

Photo by Indian Yogi (Yogi Madhav) on Unsplash

제일 좋은 가이드는 적을수록 좋다. 요가는 현재에 머무르고자 하는 자각의 상태라면, 선생님은 수련하는 사람들이 매트 위에 서 있는 순간에 머무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련하는 사람들이 부족해 보이고, 내가 가진 지식을 더 알려주고 싶은 욕심도 더러 올라온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선생들의 첫 수련, 초심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로 판단하고, 상처 줬던 선생님들을 떠오르면 답이 나온다. 요가 선생님은 결국 지식을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수련에 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스스로 그 순간을 인지하고, 명상에 도달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 글을 쓰며, 나의 첫 요가 시간이 떠올랐다. 판단하기 좋아했던 선생님은 회원들이 많은 수업 시간에 내가 유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콕 집어 지적했고, 나는 그 시간 이후로 요가를 비롯한 모든 GX에 가는 게 무서웠다. 용기 내어 9년 만에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 접한 아쉬탕가 클래스에서 그 선생님이 엄청나게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말씀하셨다.

저도 처음엔 이 동작이 너무 어려워서 발가락이 다 꺾였어요. 그렇지만 꾸준히 수련하니 되기도 하네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열 가지의 동작보다는 한 마디의 응원이 더 와 닿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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