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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Apr 28. 2021

이쁜게 다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얼굴이 있다.

누군가를 대하는 어떤 이의 지나가는 마음에 대하여

IT 유통회사는 분기별로 모델을 선정해 모델컷 촬영을 한다. 신제품이 론칭될 때마다 혹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진을 찍어야 될 일이 더러 있다. 특히나 마케팅은 제품의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포즈와 콘셉트로 찍어야 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중요한 점은 이 세상에 예쁜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제품과 맞는 이미지, 회사와의 시간과 맞는 사람들 인연이 될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구분해내고 내가 쓴 콘티를 제시했을 때 제대로 소화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게 된다. 물론 일차적으로 보게 되는 건 아무래도 외향적인 이미지겠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이"

최근 알게 되어 함께 촬영하게 된 친구는 매우 도시적이고 차갑게 생겼다. 내가 알기론 미인대회에도 나갔고, 모델, 모바일 쇼호스트도 가끔씩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장님은 인위적으로 생겼다며 별로라 하셨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마음씨가 참 좋다. 열심히 하려는 때 묻지 않은 마음은 대화를 하며 알 수 있었다. 윗분들이 보기에 결과물이 좋지 않아 보여서 별로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태도의 이미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기별로 모델 촬영을 하고 따로 헤어 메이크업팀이 꾸려져 있지 않아서 작가인 나와 감독, 팀원들이 함께 콘셉트를 잡아 나아가는 편인데 보통 모델들은 먼저 제안을 주어야 겨우 스타일링을 해서 그날 밤에 보내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피드백이 빨랐다. 그리고 열정이 넘쳤다. ‘A 씨 이런 스타일링의 느낌 옷은 없을까요?’라고 물으면 그녀는 조금 뒤 옷장을 뒤져 여러 벌의 옷을 보내왔다. 어떻게 보면 열정이 과하다 너무 한 거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녀에게 이 일은 정말 소중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놓치기 싫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네일 지원은 안 되나요? 왜 페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라는 질문 없이 알아서 제품에 맞게 네일을 받고 온 그녀. 더 큰 곳으로 나아 올라가기 위해 하나하나 배려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귀찮았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걸고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게 마냥 귀찮지는 않았다. 노력하는 모습, 그 태도가 정말 예뻐서 잘했으면 좋겠다, 포트폴리오를 잘 쌓아가서 크게 됐으면 하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였던 겉모습만 보고 지례 짐작했던 내가 괜히 편견에 쌓여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한 행동은 비단 내게만 잘 보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친해져 촬영장에 강아지가 먹을 간식을 쇼핑백에 챙겨 와 준 고마운 친구다.

"세상엔 여러 부류의 사람이 많아"

 모델 촬영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이 많다. 당일날 보정속옷을 안 가져왔다며 속옷을 사다 줄 수 없냐는 사람도 있고, 헤어 메이크업이 지원이 안된다며 촬영 시간에 투덜거리면서 생얼로 와서 화장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반면 여행가방과 캐리어에 그 날 입을 옷과 스팀다리미를 챙겨 와 당일날 한 시간 먼저 와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일이어서 그냥 하는 것과 이 일이 소중해서 하는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그리고 태도도 다르다.

 태도에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 문양도 얼굴처럼, 예쁘고 못 생긴 것처럼 나누어져 있다. 비록 그 친구가 실력이 별로일지라도 나는 그 친구의 태도를 높이 산다. 그 열정으로 뭔 들 못할까. 하나하나 꼼꼼하게 주변을 챙기는 그녀를 보며 뭐라도 당차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런 친구들을 응원한다. ‘다 잘 될 거야’ 작게 읊조렸다.

 사장님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투를 생각한다. 그리고 광고물도 꽝이라고 생각한다. 이쁜 친구들은 뭘 해도 잘 들리고, 눈에 띄고 예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걸 증명해 내고 싶다. 꼭 증명해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은 그래도 언젠가는 그 열정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나도 그랬으니라고 자꾸 응원하게 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이 모든 태도에는 얼굴이 있다. 나는 그 친구가 계속 생각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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