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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Jan 04. 2022

겨울잠을 잡니다.

포근한 겨울잠 같은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여름엔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그럼 겨울에는 추워서 잠을 못 이루나. 수면이 일정하지 않는 나는 '잠' 때문에 꽤나 많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현재(ing) 형일 수도. 

불현듯,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었을 때, 걱정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를 때,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 오늘이 지나가면 다 끝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때도 많았지. 어떤 기억에 사로잡혀 끊지 못하기도 해 깨어있는 시간에 뭐라도 해보려고 드라마나 노래를 잠드는 순간까지 틀어 놓기도 했었다. 좋은 노래는 무한 반복을 넘어 편안함을 주니까. 

나는 옛날 80년대 세대들이 들을법한 올드한 사랑노래, 혹은 강렬한 댄스음악 등을 좋아한다. 또 옛날식 랩과 멜로디가 가미된 노래를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최근 플레이리스트에 무한반복 재생 중인 노래가 있다. 바로 아이유의 '겨울잠'이라는 노래. 음악 감상에 대해선 평론가는 아니지만 난 아이유의 특유의 분위기와 사랑스러운 감성이 좋다. 그중에 하나는 단연 가사일 것이다. 나는 시를 써본 사람이라 시적인 단어, 감각을 매우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잔상이 남는 가사들을 좋아한다. 

'때 이른 봄 몇 송이 꺾어다 너의 방문 앞에 두었어'

'별 띄운 여름 한 컵 따라다 너의 맡에 두었어'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사인가. 당신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봄 몇 송이로 이야기하는 말투가 사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그 누군가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스르륵 잠이 온다. 음악, 음악 중에서도 가사가 주는 강한 힘이겠지.


  다정한 가사들이 머릿속에 쿡쿡 박히며 올해는 혼자 보내야 되는 봄을 떠올린다. 연인과의 이별, 사랑했던 사람과의 원치 않은 안녕 등,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누구라는 대상은 각각 다를 것이다. 

가사에서와 같이 조각 잠을 자면 깨어나면 정말 뭐라 말해줄 것 같다. 나는 이 노래에서 엄마를 만난다. 그런데 깨고 나면 엄마는 없고, 아침이 와버린다. 아주 긴 겨울잠을 잔 것 같은데 말이다.

'새하얀 겨울 한 숨 속에다 나의 혼잣말을 담았어. 줄 곧 참아내더라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 싶어'

가사가 가슴을 쿡쿡 쑤신다. 차가운 공기 너머로 또 다른 생각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엄마가 보고 싶어 일부러 잠을 청한 날도 있었다. 꿈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어느 날은 허공에 대고 엄마만 들어봐라고 독백을 하다가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이제, 아니 벌써 일 년이 흘렀나 하고 가슴속에 운석 하나가 쾅 박힌다.

  누군가를 보고 싶을 때 참아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울지 않으려고. 오늘 밤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괜찮아지겠지 혼자 위안 삼으며. 그런데 괜찮은 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선명해지고 그리움은 깊어지기에. 나는 아직 긴 겨울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별 띄운 물컵 하나, 예쁜 문장 하나, 엄마랑 나눴던 기억 몇 조각 싣고서 아름다운 것들만 머리에 싣고 조용히 잠을 청해 본다. 포근한 노랫말이 배게가 되어 조용히 내 달팽이관 속으로 스며든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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