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는 사람은 예민해

예민함의 책임

by 서유진



음악 하는 사람들은 예민하다는 말.

이 명제는 종종 예술가의 기질을 설명할 때 쓰이곤 한다. 음악에서 말하는 예민함. 그건 단순히 그 사람의 성격을 얘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복잡하고, 훈련이 필요한 감각이다.



감각으로 만들어진 음악



음악학자 다이애나 도이치는 청지각적 착각(Auditory Illusions) 연구를 통해, “청각은 절대적이지 않고, 심리적·문화적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감각”이라고 말했다. 예민한 청각은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단, 반복된 청취와 연습, 해석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

특히 현악기 연주자에게 필요한 예민함은 훈련의 결과물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는 상대음감과 미세한 손끝 조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음정뿐만 아니라 보잉의 압력, 손가락의 간격, 음색의 농도에 대한 ‘예민함’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음악심리학에서는 이를 “감각 민감성(Sensory Acuity)”이라 부른다. 이는 성격이 아닌 능력으로 측정되며, 음악가들의 뇌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청각피질의 활성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음악가의 예민함은 ‘훈련된 감각’이자 ‘정신적 리소스’라고 할 수 있겠다.


예민함은 정당화의 언어가 아니다


문제는 이 예민함이 때로는 성격적 면죄부처럼 사용된다는 데 있다. 타인들과의 교류 중 갈등이 생겼을 때, 무례한 언행이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니까”라는 말로 감싸는 경우다. 하지만 그건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은 ‘HSP(Highly Sensitive Person)’ 이론에서 예민함을 기질로 구분하지만, 동시에 높은 감각 민감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에 더 섬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각의 예민함이 정서적 공감능력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그 민감성은 단지 내향적 자폐로 고립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주자들의 예민함도 마찬가지다. 자기 소리엔 민감하지만, 동료의 사운드에는 무관심하거나 청중의 반응을 통제하려 들면 그 감각은 자기만족의 도구로 전락한다.


해석하는 자로서의 예민함


좋은 연주자란 단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예민함을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음악은 해석이다. 같은 악보를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듯, 같은 감각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해석이란 감각을 조직하는 행위다. 나의 예민함이 연주의 정밀함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타인과의 조율을 방해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음악이란 본질적으로 조율(Tuning)의 예술이다. 악기의 조율뿐 아니라, 연주자 간의 호흡, 공간과의 공명, 청중과의 긴장감. 이 모든 것을 조율하는 데 필요한 건예민함을 넘어서려는 책임감이다.


예민함은 자산이다. 하지만…


그리고, 꼭 예술가만 예민한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예민한 지점이 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 분위기 변화에 금세 긴장하는 사람, 지나가는 소음에도 마음이 쉽게 어지러워지는 사람. 그 감각이 때로는 나를 보호하고, 때로는 나를 소외시킨다.


문제는 그 예민함을 어디에 쓰느냐에 있다. 타고난 예민함으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타인을 더 넓게 포용하는 데 쓸 수 있다면, 그건 세상과의세밀한 연결이라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민함은 연주의 시작점일 뿐, 음악의 완성은 타인과의 조율에 있다. 그건 아마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내 안의 예민함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율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예술보다 먼저 배워야 할 감각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Deutsch, D. (1995). The Psychology of Music. Academic Press.

• Zatorre, R. J., et al. (2002). “Structure and function of auditory cortex: music and speech.”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 Aron, E. (1996). The Highly Sensitive Person. Broadway Books.

• Juslin, P. N., & Sloboda, J. A. (2010). Handbook of Music and Emotion.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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