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것

무대 밖의 조율

by 서유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면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기 전, 무대 위에 흐르는 소리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리허설이 아니다. 조율의 순간,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호흡으로 묶이는 시간이다.


조율은 단지 각 악기의 음을 “대충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는 구조와 재질, 연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A(440Hz)라도 울림의 방식이 다르다.

같은 음이라도 나무로 된 오보에의 음과 금속으로 된 트럼펫의 음, 현에서 떨리는 바이올린의 소리 사이에는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편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그 온도와 습도, 악기의 상태에 따라서도 음정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특히 현악기는 울림통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기에 목/금관악기보다 그 차이가 더 확연하게 나타난다)

그 불안정함을 잠시 붙들고, 하나의 중심에 모두가 모이는 시간. 그것이 바로 조율이다.


가장 먼저 들리는 A 소리, 그 중심은 대부분 오보에가 맡는다.

오보에는 두 개의 겹리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관악기 중에서도 음색이 뚜렷하고 음정이 안정적인 악기다. 특히 조율된 음을 연주했을 때 무대 전체에 잘 퍼지는 특성이 있어 오케스트라에서는 자연스럽게 오보에가 조율의 기준이 된다.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오보에가 내는 A음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음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각자의 음이 하나의 중심으로 모이는 이 시간은, 연주보다 먼저 찾아오는 조율의 순간이다.


인간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는 인간은 저마다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말투가 다르고, 감정의 농도가 다르며, 상황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반응 또한 각자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 안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

조율이란, 누군가의 말에 잠시 귀를 기울이고, 나의 리듬을 조금 늦추며, ‘같이 울릴 수 있는 음정’을 찾는 노력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음악에서도 완전한 조율은 환상에 가깝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 그 자체다. 조금씩 다르고 가끔은 흔들리더라도, 마음을 맞추고 있다는 조율 속에서 우리는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요즘 나는 이 조율의 시간을 얼마나 소홀히 여겼는지 돌아본다. 누군가의 리듬에 귀 기울이기보다, 내 박자만 고집한 적은 없었을까. 나는 내 음을 이미 내기 시작했는데 상대는 아직 조율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대가 완전히 침묵에 잠긴 그 순간, 홀로 피어오르는 하나의 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첫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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