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나도 왜 연애까지 못 갈까?

츠지무라 미츠키, 『오만과 선량』

by 서유진


이 리뷰에는 『오만과 선량』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결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오만함과 선량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오만과 선량』은 남주인공이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정말로 추적하는 것은 타인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에게 매긴 ‘값’, 그리고 그것이 관계에 끼치는 무의식적인 영향에 대해서다.



도쿄에서 살고 있는 서른다섯의 남자 가케루는 결혼 앱을 통해 만난 여자 마미와 약혼했지만, 마미는 돌연 사라진다. 가케루는 약혼자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표면적으로는 실종 미스터리지만, 실은 두 사람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려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진 1. 오만과 선량 일본 표지)


가케루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차 깨닫는다. 그는 “착한 사람”, “조건 괜찮은 사람”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바탕으로 마미를 정의해왔으며, 그 평가 속에는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가 들어 있었다. 이때 등장하는 대목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꿰뚫는다.


“소소한 행복을 바랄 뿐이라고 하면서 다들 자기 자신에게 내린 값은 상당히 높답니다. 그 직감이 온다, 오지 않는다는 감각은 상대를 거울삼아 보는 나 자신의 평가액입니다.“


“값이라는 표현이 나쁘다면 점수라고 바꿔 말해도 될 것 같군요. 무의식중에 자신은 몇 점이라고 점수를 매긴 뒤 그에 합당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 사람이다 싶은 직감이 오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내 가치는 이렇게 낮지 않다, 더 높은 상대가 아니면 내 값과는 맞지 않는다, 라고 말이죠.”



이 대목은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우리가 “사람은 괜찮은데, 뭔가 이 사람이다 싶은 직감이나 끌림은 없었어.” 라고 말할 때, 정말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를 거울삼아 나를 점수 매기고 있는 것일까?


츠지무라는 이 감정을 “오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오만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결혼을 꺼리는 심리적 이유로 제시된다.



‘선량함’은 마미의 세계다.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집안의 강박 속에서 어른이 된 그녀는 평생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계기로 타인의 삶을 마주하며, 그녀는 ‘착한 나’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신분 차별은 이제 없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에만 중점을 두는 탓에 모두가 오만합니다. 한퍈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남이 정해준대로 따르기 십상이라 ‘나 자신이 없는’ 상태가 되죠. 오만함과 선량함이 모순 없이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신기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을 꽤 날카롭게 읽어내 조용히 얘기하는, 츠지무라의 방식은 섬세하면서도 꽤 무자비하다.


이 책을 덮은 후, 우리는 더 이상 “그냥 사람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해”라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내가 너무 ‘선량하고’, 너무 ‘오만한‘ 탓에, 사람이 아니라 보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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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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