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아기 강아지 호두는 눈앞에 놓인 것은 아무거나 집어 먹었다. 밥을 줄 때 그릇 옆에 사료 알갱이라도 한 두 개 튀어나가면, 눈을 반짝 빛내며 달려가 낼름 먹어버렸다. 먹을게 아니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작은 조각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워 먹었다. 배변판을 치우다가 보면 응가 사이에 종이 조각이나 정체 모를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집안에서만 지낼 때야 바닥에 호두가 먹으면 안 될 것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했고, 매일 깨끗이 청소하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산책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호두가 산책에 겨우 익숙해졌던 날이었다. 저녁에 함께 아파트 주변을 걷고 있는데, 회사에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전화를 받았다. 잠깐 전화로 볼일을 보는 1~2분 사이에, 호두는 바닥에 버려진 과자봉지를 킁킁거리며 뒤적이고 있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깜짝 놀라 제지했지만, 그 사이 호두가 이미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꿀꺽 삼켜버린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직후 호두는 위 속에 든 것을 모두 게워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처 소화되지 못한 사료와 함께 알 수 없는 물질이 섞여 있었다. 아마 과자봉지 안에 남아 있던 것들이었겠지. 깜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보자는 진단이 나왔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우리를 향해 수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괜찮지만, 산책 중에 아무거나 주워 먹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해요. 언젠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암요, 고쳐야죠. 많은 강아지 보호자들이 산책 중에 강아지가 아무거나 주워 먹어 골머리를 앓곤 한다. 오죽하면 산책 중 주워 먹기 방지용으로 얼굴에 씌우는 망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기도 한다. (약 2만 원 정도의 고가인데, 소형견의 경우 저렴한 싱크대망으로 대체해도 무리가 없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강아지 보호자가 판단할 일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호두에게 '허락받고 먹기' 훈련을 시켰다. 강아지는 원래 본능적으로 탐식하는 동물이다. 야생 시절에는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보호자가 꾸준히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무거나 주워 먹는 행동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훈련 방법은 특별할 것 없이 단순하다.
1. 기다리기 가르치기
- 밥을 줄 때 그릇을 내려놓아도 곧장 달려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앉아"와 "기다려" 훈련이 필요하다. "앉아", "기다려" 지시어에 반응하여 잠시 멈추면 "옳지"하고 칭찬하고 사료를 한 알 제공하며 긍정적 강화를 쌓아간다.
2. 허락 신호 만들기
- "앉아", "기다려"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다면, 밥그릇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시간을 점차 늘려간다. 기다리다가 "옳지"라는 특정 단어를 정해, 보호자가 허락해야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가족들이 모두 같은 신호를 사용해야 혼란이 없다.
3. 응용하기
- 사료뿐 아니라 간식, 떨어진 음식 조각, 심지어 산책 중 주운 나뭇잎까지 모두 ‘허락'이 있어야 먹도록 훈련한다. 보호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일관된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훈련 초기에는 엉망진창이었다. 호두는 밥그릇을 향해 돌진했다가 제지당하고, 기다리라는 말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꾸준히 반복하자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 호두는 앉아, 엎드려, 기다려, 손, 코, 돌아 같은 기본 훈련을 할 줄 안다. 무엇보다 ‘옳지’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는 사료를 입에 대지 않는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가끔 내가 요리하다가 채소 조각을 떨어뜨리면, 호두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물고 제 방석으로 도망간다. 허락받은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먹고 싶은 마음이 이성을 압도하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뺏길까 봐 안전구역에 숨어 먹으려는 모습까지, 그저 웃음이 나온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는 호두가 뭔가를 잘못 먹어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배웠다고 끝이 아니다. 꾸준히 반복해야만 유지된다. 지금도 산책길에서 한 번씩 갑자기 이상한 걸 주워 먹으려고 해서 실랑이를 벌일 때가 종종 있다. 눈앞의 유혹이 너무 크면, 호두는 여전히 본능을 따라가려 한다.
이성을 찾아, 호두!
또 배탈이 나지 않게 교양 있는 강아지로 거듭나주길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