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 키우기가 아이 한 명 키우기와 같다고요?
아기 강아지를 데려온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우리 집에 온 호두도 생후 약 10개월이 넘을 때까지 무럭무럭 자라났다. 처음에는 이유식처럼 물에 불린 사료를 먹다가, 점차 퍼피용 건사료로 자연스레 건너가게 된다. 아기가 이유식을 떼고 스스로 밥을 먹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보호자의 손길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갈이 시기에는 온 집안의 가구와 벽지를 지켜내기 위해 터그 놀이와 껌을 무한정 제공해야 한다. 필수 예방접종도 5차까지 꼬박꼬박 해주어야 하고, 혹시 모를 사춘기가 오기 전에 중성화 수술 스케줄도 잡아야 한다. 아기 강아지를 데려온다는 것은 그저 털뭉치를 품에 안는 것을 넘어, 성견이 될 때까지 키워내고, 성견이 된 후에도 사람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돌봄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흔히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게 아이 하나 키우는 거랑 똑같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이 말은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도 그만큼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과장 섞인 비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코웃음을 친다. 설마 그럴 리가. 혹시라도 그 말을 문자 그대로 진실이라 믿는 사람이 있다면, 감히 말하건대,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호두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노력은 보통이 아니다. 강아지를 키우며 신경 써줘야 할 일들의 목록은 생각보다 길고, 항목 하나하나가 결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선 영양이다. 어떤 사료가 좋을지, 어떤 간식에 어떤 성분이 부족하거나 과도할지 영양 성분을 분석하고 고민한다. 아이가 어릴 때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간식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이제는 호두의 간식과 영양제를 고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위생 관리도 만만치 않다. 정기적으로 털도 잘라주어야 하고, 2주에 한 번씩 목욕을 시킨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샴푸부터 컨디셔너, 그리고 드라이 과정까지 꼼꼼하게 진행해야 한다. 호두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쿠션, 그리고 방석도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소독한다.
이외에도 배변 관리, 산책 후 발 닦이기, 양치질시키기, 장난감 교체 등 자잘하지만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쌓여있다.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상당한 시간과 경제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지점에서 '아이 키우기와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 것일 테다.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어딜 감히 강아지 키우기를 육아 난이도에 비교할까 싶다. 아무리 아기 강아지를 데려온다 한들, 강아지들은 적어도 제 발로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으며, 스스로 밥그릇의 밥을 먹을 줄 안다. 녀석들의 배변 훈련은 사람 아이의 기저귀 떼는 과정보다 훨씬 짧고 명확하다.
아이가 제 발로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제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옷을 입고 양말을 신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조절하며 다른 사람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키워내는 일은 강아지 키우기와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난이도를 가진다. 물론 강아지도 정서적인 교류와 교육이 필요하다지만, 사람만큼은 아니다. 아이에게는 평생에 걸친 교육, 사회화, 정서적 지지, 진로 고민, 끝없는 관계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강아지는 그저 보호자가 제공하는 규칙과 사랑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 강아지 키우기가 사람 아이 키우기와 같다는 말은, 강아지에게 쏟는 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최고의 찬사이자 과장일 뿐이다. 만약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강아지 키우는 거 사람 키우는 거랑 똑같다니 나는 안 되겠다, 하며 입양을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생명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책임감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우리 집 호두는 낮 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처음에는 강아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지, 분리 불안이 생기면 어쩌지, 미안한 마음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호두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가족들의 발치를 오가며 재롱을 부리고, 가족들이 집을 비우면 조용한 집에서 평화롭게 낮잠을 쿨쿨 잔다.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임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오후에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호두는 그제야 잠에서 깨어나 밤중까지 신나게 논다.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다가 자정 무렵 우리와 함께 밤잠에 든다.
보호자들의 출퇴근과 아이의 등하교에 맞춰 스스로 수면 패턴을 조절하고, 혼자서도 집을 볼 수 있는(?), 이토록 똑똑하고 독립적인 강아지를 두고 사람 아이 하나 키우는 것과 똑같다니. 호두가 이 말을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 것이 분명하다. 내가 뭐든 혼자서도 얼마나 잘하는데!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