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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15. 2021

작심삼일이 모이면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새해, 새 계절 또는 새로운 달이 찾아올 때마다 세우는 다양한 계획 중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들이 있다. 내 경우는 바로 운동이다. 노력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나름 목돈을 주고 끊었던 요가는 코로나가 끝나면 배울 생각으로 연기만 하다 보니 기간이 종료되었고, 동네 주민이 운동코스로 많이 다닌다는 아파트 뒤편 공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단지 내 확진자 소식에 그조차도 못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한 운동은 힘들겠다고 이번엔 핑계 아닌 나름의 명분을 갖고 포기했다. 아무리 힘줘 당겨도 끝내 여며지지 않는 바지 지퍼를 보면서도 말이다. 운동은 매번 실패할 줄 알면서 매번 스스로에게 짊어주는 가장 가볍고도 무거운 미션이다.


이번 여행계획을 세우면서도 수차례 고심 끝에 운동이란 단어를 꾸역꾸역 적어 넣었다. 대신 맨몸으로 하는 운동은 도무지 자신이 없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는 날씨 좋은 계절마다 한두 번씩은 탔었기 때문에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적합한 운동 같았고, 춘천에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많다고 들어서다. 몇 해 전 구매해 몇 번 타고 베란다에 모셔 둔 접이식자전거를 꺼냈다. 


생각도 조금 바꿔보았다. 이번에도 작심삼일이면 어떠랴. 그 삼일이 여러 번 모이면 일 년에 며칠, 혹은 몇 주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물론 뼈저리게 아픈 경험도 많지만). 무언가를 계획하고 포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리한 결론 중 하나는 ‘난 운동을 싫어한다’다. 하지만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처럼 공을 이용해 누군가와 겨룰 수 있는 게임 형식의 종목이나 자전거처럼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종목은 즐기는 편이다. 고로 이 기나긴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날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겠다. 


각설하고 일단 접이식 자전거부터 펴야겠다. 

힘차게 페달을 구르며 새롭게 다짐해본다. 

작심삼일이 작심한달 작심일년이 되는 그날을 위하여.



여행에세이<외로워서 떠났다> 작심삼일이 모이면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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